참여정부 시기 구분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①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상)
①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상)
한국사회의 미래를 밝힐 대안 마련을 통해, 진보개혁진영의 갈 길을 찾으려는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이 본격적인 토론과 모색의 여정을 시작한다. 신년 특별대토론회(<한겨레> 1월3·4일치 4·5면)에서 진보진영의 각성을 촉구한 데 이어, 1부 ‘대안을 향한 성찰’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식인·정책전문가·시민사회 활동가 등이 참여해 그동안 진보개혁의 이름으로 제기됐던 주요 의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한걸음 더 진전된 실천의 지평을 모색한다. 우선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토론회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지난 1월31일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재벌·노동·북한·미국 등 주제별 토론회 내용을 싣는다. 토론 전문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읽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네티즌 토론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 |
“탈권위주의로 국가기구 제구실”은 긍정평가 “사회 양극화가 한국 사회의 핵심문제였는데, 너무 뒤늦게 들고 나왔다. 그나마의 진정성과 해결능력도 의심된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보자.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대체적인 결론이다. 참석자들이 저마다 다른 정치적 ‘결’을 갖고 있음에도 진단과 해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의 정서가 토론 분위기를 지배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탈권위주의’ 분야에서 노무현 정부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가기구들이 민주제도의 원칙에 따라 제 구실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는 거기까지였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노무현 지지자들은 지역적 기반을 통한 충성이 아니라 개혁에 대한 순수한 정치적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이들조차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틀을 제공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중의 전선’을 짚었다. 민주개혁의 전선과 신자유주의개혁의 전선이 그것이다. 민주개혁 과제도 국가기구간 관계 정상화, 자유권 확대, 사회권 확대 등을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참여정부는 여러 개혁과제의 우선 순위를 달리했다.(그래픽 참조) 민주개혁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개혁에 매진했던 ‘3기’가 끝나고 양극화 해소를 중시하는 새로운 ‘4기’가 시작될지가 핵심관건이라고 손 교수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지금 한국사회의 변화는 혁명적 청산 과정을 밟고 있는 게 아니라, 상당히 타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개혁저항 세력과의 대립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등 개혁추진 과정은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여러 한계와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단순히 주변 ‘조건’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지상주의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는 반면, 환경은 새로운 가치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세계화의 압박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지만, 국가의 대응에 따라 양극화의 정도는 다르다. 다양하게 열려진 길 앞에서 미국 모델을 과도하게 강조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김호기 연세대 교수) “고도성장과 민주화의 결과, 복지사회를 향해 경제·사회를 재구조화할 물적 기반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홍성태 상지대 교수) 참여정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취하는 ‘소통방식’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은 흥미로왔다. 박원순 이사는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는 ‘교류’가 필요하다”며 “소통과 설득이라는 민주적 경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미국 대통령제의 ‘소통·설득 방식’을 사례로 들었다. 야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미국에서 대통령은 먼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데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해 결국 의회의 동의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의 긴밀한 소통도 필수적이다. 반면 참여정부는 의회는 물론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지지·동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의제를 밀고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두가지 경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손호철 교수는 “내용은 급진적이지 않은데, ‘스타일’만 급진적인 것이 문제”라며 “오히려 내용이 급진적이더라도 부드러운 스타일로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황인성 수석이 내놓았다. “새로운 발전 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기초를 놓아야 개혁 정권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강원택 교수는 ‘노무현 정부 이후’를 생각하라고 제안했다. “영국은 1945년 집권한 노동당이 복지국가의 기조를 다지기 시작했지만, 이 정책을 이후 보수당 정권이 이어받으면서 비로소 그 성과가 나타났다. 양극화 해소 등을 국가적 의제로 자리잡게 해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