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나 공동 식수를 마친 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언제 어디에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고 청와대가 22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보통 시민으로 살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만큼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가 밝힌 친서 내용을 보면 문 대통령은 “남북의 대화가 희망했던 곳까지 이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함과 동시에 “이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이 만들어낸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9·19 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귀중한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언제나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언제 어디에서든”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연합뉴스> 및 세계 통신사들과 한 서면 인터뷰에선 ‘퇴임 후 잊혀진 사람으로 지내고 싶다고 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방북 특사 등의 요청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나’는 물음에 “질문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단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통일, 비핵화 등의 문제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어떤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서신에 있는 대로 평화와 안정 또 비핵화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당분간은 그냥 보통의 국민 한사람으로 지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 교환이 그동안 계속 이뤄져 왔음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20년 9월 공개적으로 발표된 친서 교환 이후 남북 간 친서 교환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친서 교환 사실 자체를 그때그때 발표하지 않았는데 ‘필요할 때 필요한 내용의 친서는 교환해왔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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