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산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막판 사면권 남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면에 대해 문 대통령의 말씀이 없다”면서 “(사면을 추진하기엔) 일정상 빠듯하고,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 등 각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요청을 전달받은 뒤 주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해 “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이 많다. 반면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주말을 거치며 사면을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면이 이뤄지려면 문 대통령 결심에 따라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를 개최한 뒤 심사를 완료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청와대는 “말씀이 없다”며 문 대통령이 사면 관련 지시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를 받아 벌인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1.7%로 찬성한다는 응답(40.4%)보다 높았다. 김경수 전 지사 사면 역시 반대(56.9%)가 찬성(28.8%) 보다 많았다. 정경심 전 교수 사면 반대는 57.2%, 찬성은 30.5%였다. 아울러 마지막 국무회의 때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법안을 의결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동시’ 사면을 끼워넣기식으로 처리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민적 합의 도출 없이 대통령직을 떠나기 전에 사면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학자(정치학)는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면의 필요성이 부각된다면, 대통령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국민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사면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사면은 대통령이 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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