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인구 급감의 절박함을 부각하며 전 부처에 정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부처가 함께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문제에 임해 주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바람직한 교육정책, 돌봄정책, 복지정책, 주거정책, 고용정책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좋은 정책을 다 모은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20여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서 국민 모두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 시스템이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이를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지원뿐만 아니라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내년 초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열어 일·가정 양립을 뼈대로 한 맞벌이 부부 출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이날 한 언론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관계부처 등과 검토·협의되지 않은 내용”(저출산위), “(교육 재정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교육부)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이 호소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무조건, 즉시 바꿔야 하는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에는 재산과 자동차 가액에 따라 부과하는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을 개선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 마지막 부분에서 거듭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즉각 시정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3차례 진행한 국외 방문에 관해서는 “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참패 이후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 결성은 첨단기술 협력 분야에서 올해 얻은 가장 중요한 결실”이라며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 동행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간의 협력 체계가 구축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년에는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내외적 경제 환경을 낙관했다.
김미나 임재희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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