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의 한 고층빌딩 창문 틈으로 광화문 너머 청와대가 보인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변인 통해 “재발 않게 하겠다”
달랑 두문장 서면 브리핑만
이대통령은 한마디 언급 없어
달랑 두문장 서면 브리핑만
이대통령은 한마디 언급 없어
청와대는 13일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2차 수사결과 발표 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물타기’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서면으로 낸 논평은 단 두 줄이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권 남용 등에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관련됐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심정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각별히 노력하겠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보인 사실상 최초의 공식 반응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국내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중순 검찰 수사가 재개된 이후,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청와대 전·현직 직원의 연루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반응을 회피해 왔다. 숱하게 제기된 청와대 윗선 연루 의혹을 두고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송구스런 심정’이란 청와대의 완곡한 사과의 표현에서도 반성이나 참회를 읽어내긴 쉽지 않다. 불과 7개월 임기를 남긴 상황에서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공허하다.
청와대에선 오히려 ‘화살을 피해갔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사찰의 ‘윗선’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맞느냐, 이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 결과를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 여부였다. 검찰 수사에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면,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사찰이란 이름의 잘못된 관행이 있었고 우리 정부에서도 그러한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근거가 애매한 물타기를 반복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권을 운영하다 벌어진 일종의 실수”라고 강변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세로 흘러선 안 된다”면서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청와대 관계자도 있었다.
청와대는 한발 더 나가 이날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몇몇 언론사에 연락해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고 이를 잘 반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기본적인 (홍보)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 홍보실이 그렇게 하듯, 우리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총리실의 사찰 문건이 공개돼 궁지에 몰리자 최금락 홍보수석이 “참여정부 때도 사찰이 있었다”며 물타기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청와대가 참여정부 사례를 강조해 달라고 부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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