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 전략연구소장 만난 자리서 “긴장 계속 고조” 비판
“국면전환 시점 김정은 직접 거론…부절적 발언” 지적
“국면전환 시점 김정은 직접 거론…부절적 발언”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경제 발전과 핵 개발을 병행시키겠다는 도박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고지도자에 관한 문제를 ‘근본 문제’라며 개성공단까지 중단한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적절한 자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의 핵심 전략인 ‘병진 노선’의 성공 가능성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에 미국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도 ‘그동안 도발하면 뭔가 보상해주고 그 사이에 핵 개발은 더욱 진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한·미가 끊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는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이사(당시 국무부 부장관),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국장),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행사는 중앙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세번째 연례 회의이며, 올해 주제는 ‘김정은의 도박과 한반도 위기상황’이다.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 최고지도자까지 언급하면서 발언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대북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과 대화하기보다 압박해 버릇을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병진 노선은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가 내놓은 핵심 국가 전략인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 말했다.
더욱이 22일 북한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는 등 국면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굳이 이런 단정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앞서 윤병세 외교장관도 21일 같은 행사의 오찬사에서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든, 이런 시도는 실패하고 있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4월 초 개성공단에 남쪽 인원의 출입을 막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부 언론이 개성공단을 김 제1비서의 ‘돈줄’이라고 표현하고, 유사시 김일성·김정일 동상 타격 계획이 있다고 보도한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지도자를 비판한 발언에 대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거나 ‘근본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북한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적패당’이라고 비난해왔으나,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청와대 안주인’ 정도의 완곡한 표현을 써왔다. 북한으로서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함께 시작해야 할 한국의 새 대통령을 굳이 자극하지 않으려 해온 것이다.
길윤형 석진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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