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최근 북한의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동향과 관련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NSC 사무처 설치 지시
북 사태 직접 언급하며 심각한 우려
사무처 구체적 역할은 아직 불투명
북 사태 직접 언급하며 심각한 우려
사무처 구체적 역할은 아직 불투명
‘장성택 처형’ 등 북한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사태를 주시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최근 북한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와 오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는 동시에 외교안보 분야의 정부 조직 강화를 지시했다. “무모한 도발과 같은 돌발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수석비서관회의)는 상황 인식을 분명히 한 데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조직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놓으며 향후 예상되는 한반도 상황 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 조직의 신설까지 언급하며 이렇게 적극적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매우 불안정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성택 실각과 그에 따른 한반도 정세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복잡한 것 같다. ‘장성택 사태’가 단발성으로 끝난 게 아닐 수 있어, 정부로선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각 부처 및 주변국 간에 좀더 면밀한 협조체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확실히 챙긴다는 인식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두 차례 회의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수석비서관회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드림으로써”(외교안보장관회의) 등의 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새롭게 설치하라고 지시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 산하에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를 둔다는 것인데, 이 기구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전반에 설치돼 외교안보 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하다가 임기 후반 들어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 그 역할을 넘겨준 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출범 직후부터 김장수 실장이 이끄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이미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하고 있어, 사무처가 부활되더라도 주요 부처와 기관 사이의 실무적인 연락과 조율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장관급이지만 대통령의 보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장이 같은 장관급인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일·국방 분야를 형식상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사무처가 생긴 이후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산하 사무처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종석,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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