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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70년대식 ‘국가 개조론’ 강조…반걸음도 못나간 박대통령

등록 2014-04-29 20:47수정 2014-05-02 15:22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사고뒤 발언으로 본 상황인식
공무원들만 고강도 질책 국민·공직사회를 개조대상으로…“위험한 발상”
컨트롤타워 대안 냈지만 재난대응체계 실패 자인…수습책도 악순환 우려
착석사과에 진정성 의심 야 “옛날 왕도 그렇게 안해”-여 “사과에 약식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발언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가혹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들끓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참사 발생 14일째에 국무회의 들머리 발언을 통해 공개된 ‘착석 사과’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한부 총리’와 ‘경질 예정 장관들’ 중심의 사고 수습 체계도 그대로 유지했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서서 책임을 떠맡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넘어 ‘국가개조론’까지 꺼내들었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정부와 청와대의 변화’, ‘국정운영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 ‘착석 사과’…진정성 있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사과 형식에 대해 ‘직접 국민 앞에서 좀더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 과정이라는 점을 들어 국무회의 때 유감을 표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역시나 당장 “왕도 그렇게 사과하지 않을 것”(정의당 천호선 대표), “국무회의에 앉아서, 이게 대통령 사과인가!”(민주노총) 등의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은 국무회의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사과 말씀을 하신 것이고, 어느 정도 수습이 진행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되면 사과를 포함해 대국민 입장발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종의 ‘단계별 사과’를 계획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조차 “사과에 무슨 약식이 있고 정식이 있냐. 국민의 아픔을 달래는 데 시점을 고민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정리되면 또 하고, 계속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청와대는 여전히 ‘컨트롤타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최대 문제로 지적된 ‘컨트롤타워’ 부재와 관련해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국가안전처를) 관장해 부처간 업무를 총괄 지휘·조정하고, 사고를 유형화해 평소 훈련을 하고,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현장에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자신의 대선 공약 및 인수위 때부터 유지해 온 안전행정부 중심의 재난대응 체계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안으로 제시한 국가안전처도 이런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더 문제로 꼽힌다. 이번 참사 수습도 총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혼선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설될 국가안전처의 수장도 다른 부처 조직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한사코 컨트롤타워 역할을 떠맡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난대응 권한을 청와대로 가져오겠다고 발표하면, 이는 곧 이번 사고 수습 때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쉽게 권한을 가져오겠다고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국가개조론’, 책임 회피가 될 수도 박 대통령은 이날도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 때처럼 공무원에 대한 강도 높은 질책을 했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공무원 사회를 겨냥해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하며,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관료만 양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관들을 향해서는 “최선을 다한 뒤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며 개각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 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현재 만들고 있는 국민안전 마스터플랜도 국가 개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꺼내든 ‘국가개조론’은, 자칫 집권 세력이 공직사회와 국민들을 개조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개조’라는 70년대식 용어 자체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시대와 제대로 조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뼈저린 반성을 통해 함께 변화하는 게 아니라, ‘개조’의 대상인 공무원과 국민을 자신과 분리시키는 책임 회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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