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두번째로 방문해 신원확인소를 들른 뒤 사고해역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진도/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4일 실종자 가족 만나 면담
“형체 못알아봐” 부모들 항의·절규
“형체 못알아봐” 부모들 항의·절규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2주 만에 다시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했다.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더딘 수색 작업에 대한 항의와 호소를 쏟아냈고, 야당은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 설치된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 50여명과 비공개 면담 자리를 열어 40여분간 비공개로 불만과 요구사항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저도)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을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 죄를 지은 사람들은 철저히 밝혀서 엄벌에 처할 것이며, 공직자와 정부 관계자도 책임을 못다 한 사람은 엄중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 중 간간이 실종자 가족들의 고성과 울먹이는 항의가 천막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지금 가서 보세요. 형체도 못 봐요. 형체가 없어졌어요. 부모로서 형체도 못 알아본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하며 말을 못 이었다. 실종자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의 절규는 이어졌다. 천막 밖에서는 뒤늦게 도착한 두 아버지가 실종자 가족인 줄 모르고 제지한 경호원에게 고함을 쳤다. 이날 천막 주변에는 ‘주차요원’이라는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은 경호요원,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이 1m 간격으로 서서 일반인들의 천막 접근을 가로막았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 2명은 천막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서서 ‘아이들도 못 지키는 나라 따윈 필요 없다. 목숨보다 돈인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족들의 요구로 간담회를 비공개로 했다”고 말했다.
면담을 마치고 박 대통령은 천막에서 나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임시 시신안치소가 마련된 부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박 대통령은 침몰 현장을 방문해 해군 잠수사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다시 방문한 것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지만, 참사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대외 메시지 성격도 강하다.
한편, 박 대통령 방문 전날인 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팽목항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한 뒤, 5일 ‘대통령과 정부에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범국가적 총력 수색과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 지원 등을 촉구했다.
석진환 기자, 진도/연합뉴스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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