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왼쪽), 박지만 EG 회장(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경정이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거론됐던 정윤회(59)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지난 3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30일 발행된 <시사저널> 1311호를 보면, 지난 3월 박 경정은 “내가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정윤회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며 “첫번째로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세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보고서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박 경정은 또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아서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들이 해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육영수 여사가 비서진들을 한 번씩 불러서 ‘대통령을 똑바로 보좌하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며 박지만 EG 회장의 역할을 언급했다.
30일 발행된 ‘시사저널’이 보도한 박아무개 경정 인터뷰. 박 경정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박 경정은 “박지만 회장은 영부인과 맞먹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지만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윤회씨 쪽 인사들과 박지만 회장 쪽 인사들이 청와대 권력을 두고 갈등해 왔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박 경정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응천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현재는 변호사)과 나밖에 없다”며 “민정(수석실)은 옛날로 치면 사헌부와 같은데 문고리들이 사헌부까지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문고리에 놀아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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