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브이아이피(VIP) 측근(정윤회)동향’이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경정이 1일 오전 근무지인 서울 도봉경찰서로 출근해 잠시 머물다가 휴가를 내고 경찰서를 떠나며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뉴스Y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보고서 유출 경위 논란
청와대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정윤회 동향 보고’ 문건 유출자를 이미 파악하고도 검찰 수사를 의뢰한 정황이 드러났다. 1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세계일보> 보도로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진 지난 28일, 문건 유출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도 내부 조사 내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검찰에 유출 경로를 조사해 달라고 수사 의뢰한 것은 사건을 ‘비선 국정개입’이 아닌 ‘문건 유출’ 구도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대목이다.
5월초 자체조사 결과
제3의 인물 확인하고도
박 경정 지목해 수사 의뢰
‘문건 유출’ 초점 전환 의혹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4월 초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각종 감찰·동향보고서가 유출된 사실을 파악하고 유출자로 문건 작성자인 박아무개 경정을 의심했으나 5월 초 자체 조사에서 박 경정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문건 유출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묵살됐고, 이 과정에서 ‘비선 실세’로 언급된 비서관이 “이미 다 정리된 사안을 굳이 재론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까지 있겠느냐”고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해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들을 고소하면서 ‘(문건을 작성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박 경정을 지목한 셈이다. 지난 29일 <조선일보>도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청와대를 나온 박 경정이 자신이 발령날 것으로 예상한 서울경찰청 정보분석실에 문건이 담긴 라면상자 두 박스 분량을 가져와 보관했다가, 다른 사무실 직원들이 이 문건을 복사하면서 유출됐다는 식으로 보도해 박 경정에 대한 청와대의 수사 의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에 의해 즉각 부인됐다. 출퇴근 보안검색이 철저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나 사적 이메일까지 점검하는 청와대 시스템을 고려할 때, 매일 한두 장씩 들고 나오는 건 몰라도 상자째 문서를 반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박 경정도 문건 유출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월 초 박스를 정보분실에 갖다 놓은 건 사실이지만, 청와대 파견 전 경찰청에 근무할 때 사용하던 개인 물품과 서류”라고 해명했다. 박 경정은 <한국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선 “경찰 복귀 직전 누군가 내 서랍에 있던 서류들을 복사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도 내가 유출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라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제3의 인물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비어 있는 틈을 타 문건을 복사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검찰수사관에게 넘겼고, 이 문건이 경찰 정보관을 거쳐 언론에 빠져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도, 박 경정을 사실상의 유출자로 지목하는 것처럼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청와대가 유출 관련 조사 내용을 검찰에 밝히지 않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제3의 인물 확인하고도
박 경정 지목해 수사 의뢰
‘문건 유출’ 초점 전환 의혹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4월 초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각종 감찰·동향보고서가 유출된 사실을 파악하고 유출자로 문건 작성자인 박아무개 경정을 의심했으나 5월 초 자체 조사에서 박 경정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문건 유출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묵살됐고, 이 과정에서 ‘비선 실세’로 언급된 비서관이 “이미 다 정리된 사안을 굳이 재론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까지 있겠느냐”고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해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들을 고소하면서 ‘(문건을 작성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박 경정을 지목한 셈이다. 지난 29일 <조선일보>도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청와대를 나온 박 경정이 자신이 발령날 것으로 예상한 서울경찰청 정보분석실에 문건이 담긴 라면상자 두 박스 분량을 가져와 보관했다가, 다른 사무실 직원들이 이 문건을 복사하면서 유출됐다는 식으로 보도해 박 경정에 대한 청와대의 수사 의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에 의해 즉각 부인됐다. 출퇴근 보안검색이 철저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나 사적 이메일까지 점검하는 청와대 시스템을 고려할 때, 매일 한두 장씩 들고 나오는 건 몰라도 상자째 문서를 반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박 경정도 문건 유출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월 초 박스를 정보분실에 갖다 놓은 건 사실이지만, 청와대 파견 전 경찰청에 근무할 때 사용하던 개인 물품과 서류”라고 해명했다. 박 경정은 <한국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선 “경찰 복귀 직전 누군가 내 서랍에 있던 서류들을 복사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도 내가 유출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라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제3의 인물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비어 있는 틈을 타 문건을 복사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검찰수사관에게 넘겼고, 이 문건이 경찰 정보관을 거쳐 언론에 빠져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도, 박 경정을 사실상의 유출자로 지목하는 것처럼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청와대가 유출 관련 조사 내용을 검찰에 밝히지 않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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