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누구한테 어떤 정보 들었길래
정윤회 부부와 친분 작용 가능성
정윤회 부부와 친분 작용 가능성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 부부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감사 활동과 인사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동안 “근거 없는 사실”이라고 부인해왔던 정윤회씨 쪽의 국정개입 여부가 그 윤곽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정씨 부부가 개입을 시도했던 승마협회에 대한 문체부의 감사와 그에 따른 후속 인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박 대통령과 정씨 부부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이례적으로 문체부에 승마협회를 ‘콕 찍어’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문체부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아 평소엔 크게 신경쓰지 않던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 지시가 청와대에서 내려오자, 내부적으로 ‘정윤회씨 부부가 개입한 일’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일개 부처의 국장·과장 이름을 거론하며 인사 조처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언급돼왔던 박 대통령과 정씨 부부의 오랜 친분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증언들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내용을 담은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왜 문체부에 이런 무리한 지시와 개입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이른바 ‘청와대 3인방’ 등이 당시 정윤회씨와의 접촉 또는 만남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박 대통령이 누구를 통해 어떤 정보를 듣고 일개 부처의 국장과 과장까지 언급하게 됐는지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정윤회씨의 전처(올해 7월 이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 멘토 격으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로,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친분 관계만으로 박 대통령을 통해 중앙부처의 감사와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어영 김원철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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