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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성품좋고 과묵한 정윤회…모사꾼 기질 없다지만 용의주도

등록 2014-12-03 17:38수정 2014-12-04 00:32

한겨레 기자가 만난 정윤회 (하)

출생연도·학력·배경 등 사생활 ‘베일’
최태민 목사 딸과 결혼 뒤 경제적 여유
‘정윤기’ 가명 사용…용의주도한 측면도
‘4인방’과 통화 인정…만나면서 입단속?
‘장량’ 행보 걸었다지만, 세간은 ‘김치양’ 의심
박 대통령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의혹 키워
●정윤회의 출신·학력·가족은?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씨.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씨.
정윤회(59)씨의 출신은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있다. 주민등록상 1955년에 태어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정확한 출생연도는 확인된 바 없다. 또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자랐다고도 하지만, 이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그를 만나고 통화했던 짧은 시간 동안, 물어보고 확인해야 할 수많은 것들 중에 출생연도와 출신지역은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다만,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다는 한 인사는 “(정씨는) 공직자 집안이나 별스런 집안 아이도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다”며 “다들 어려울 때였고, (정씨도) 특별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학력과 관련한 주위 사람들의 전언은 이렇다. 그는 종로구 내수동에 있었던 보인중학교와 보인상업고등학교(보인고의 전신) 출신으로, 중학교 땐 역도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보인중·보인고는 현재 송파구 오금로로 이사했고, 보인중에는 더이상 역도부가 없다. 정씨는 1974년(19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1년(26살) 8월 대한항공에 보안승무원으로 입사했다. 고교 졸업과 취직 사이 7년은 대학과 군대를 다녀온 시기로 추정된다. 정씨는 지난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는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구체적인 학력을 밝히지 않는 건 불필요한 잡음을 피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정씨는 1993년 3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한항공 재직 시절 두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최순실(58·최서원으로 개명)씨를 만나 1995년(40살) 결혼했다. 승마선수인 딸(18)은 1996년 10월 말에 태어났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했던 시기의 측근 최태민(1912~1994)씨의 딸로, 박 대통령과 정씨가 연결된 고리로 보인다. 이 무렵 그가 운영했던 일식집 ‘풍운’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그전엔 친구들하고 술을 마셔도 술값 한 번 못 내던 친구였는데, 당시 가게를 굉장히 화려하게 꾸며놨더라”며 “아마 최모라는 여자의 돈으로 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씨와 최씨는 지난 5월 이혼했다.

●정윤회는 주도면밀한가?

정윤회씨가 용의주도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 사건이 최근 있었다.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하면서 ‘정윤기’라는 가명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정씨는 독도 입도허가서에 ‘정윤기’라는 이름을 기재했고, 행사장에서도 ‘정윤기’라는 명찰을 달고다녔다고 <조선일보>가 지난달 4일 보도했다. 이 행사는 박 대통령의 팬클럽 ‘호박사랑’의 대표이자 성악가인 임산씨 쪽이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 하는 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7시간 사건’ 때문에 하도 말이 많은데 내 이름을 걸고 다니면 되겠느냐 했더니, 그 친구가 배려 차원에서 (이름을) 바꿔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가 될 게 걱정돼 가명을 쓸 정도라면) 아예 가질 않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는 이 콘서트를 CJ그룹이 후원했으며, 그룹 부사장이 참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사를 보면 CJ 쪽은 “부사장이 현장에서 ‘정윤기’라는 명함을 건넨 사람을 만났을 뿐 그가 정윤회씨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나온다. 정씨 해명대로 임산씨가 정씨를 ‘배려해’ 가명을 쓰고 명찰을 만들어줬다 해도, 명함까지 준비해준 것은 다소 지나쳐보인다. 반대로 정씨가 평소 가명으로 된 명함을 쓰며 신분을 감추고 다닌 거라면, 그는 굉장히 용의주도한 사람이라 할 수도 있다.

반면, 정씨의 한 옛 친구는 그를 추억하며 “성품이 좋고 과묵한 성향”이라며 “모사꾼 기질 같은 것은 없고, 혼자 뭔가를 개척한 적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대로라면 그에 대해서 누차 제기돼온 ‘비선 논란’은 현실성이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정윤회는 박근혜의 비선일까?

정윤회 씨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의 마장마술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윤회 씨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의 마장마술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누리당, 특히 친박 내에선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비선의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맥락에서 정씨의 비선 조직 논란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정씨에 대해 물으면, 지난 1일 <중앙일보> 보도(7면)에 나왔듯, “대통령을 11년간 보좌하면서 (정윤회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이정현 의원)거나 “그때(2004년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재직 당시)도 정윤회란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수소문을 해 봤는데 아는 사람이 없더라”(진영 의원) 등의 반응이 돌아올 뿐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다보니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 시절부터 ‘친박’을 맡았던 기자들도 ‘비선 조직’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씨를 중심으로 한 비선이 존재한다는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정치인 박근혜’의 결정이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하면, 친박 쪽에서마저 “내가 모르는 보고서가 올라간 것 같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이렇다 보니, 이른바 ‘문고리 4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청와대 비서관과 2012년 숨진 이춘상 보좌관)을 매개로 정씨가 박 대통령과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하지만 ‘언제 만났다더라’, ‘어디서 만났다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했지 실체는 보이지 않았다. 정씨나 최태민씨 얘기를 확인하려 들면 ‘찌라시’라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지난 2일 정씨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과의 통화를 인정한 부분은 이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날 <조선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더니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며 “이어 4월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늘상 연락을 주고받으며 왕래하는 사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전화를 걸어 “아무개와 통화가 안 되니, 내 전화 좀 받으라고 전해”라는, 사실상의 지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뒷말도 나온다.

이날 이후, 2007년 이후 상당 기간 ‘친박’을 담당했지만 정씨를 만나본 적이 없다는 한 기자는 “정윤회씨가 아주 좁은 범위의 극소수 인물들, 이를테면 4인방 정도만 만나면서 강하게 입단속을 시켰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정씨가 학벌·배경 등 면에서 정치권의 엘리트 집단에게 무시당할 것을 염려하며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이 기자는 정씨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할 뿐 말을 아꼈던 인물이다.

●권력 암투일까?

정윤회씨와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와 박지만 EG 회장.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과 정윤회씨 세력(3인방)의 권력암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혈연 그룹’과 ‘측근 그룹’, 마치 왕조시대의 ‘외척’과 ‘환관’ 같은 두 세력이 쟁패 중이라는 시각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양쪽은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자기 그룹의 정당성을 강변할 것이다. 박관천 전 행정관은 지난 3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재 청와대에는 문고리(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며 “박지만 회장이 문고리를 견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혈연 그룹이 측근 그룹을 견제해야 한다고 한 셈이다.

정윤회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정윤회씨가 거론했던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2013년 8월)를 요약하면, ‘유신 시절 김재규 중정부장의 전횡을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었던 게 ‘큰 영애’(박근혜)였고, 그런 ‘큰 영애’에게 힘을 실어주는 최태민씨를 김재규 부장이 내치고자 허위사실을 날조했다’는 얘기다. 이 또한 혈연 그룹과 측근 그룹의 견제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자신의 전 장인 최태민씨가 속한 혈연그룹을 옹호한 것이지만, 오늘날 정씨가 혈연그룹과 대척점에 선 측근그룹 처지가 된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어쨌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런 권력 암투의 끝이 어떤 식으로 귀결됐는지 우리는 잘 안다.

문고리 및 비선의 책임과 그 혼맥상을 강조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과거 친박 정치인들이 “내가 모르는 보고서가 올라가는 것 같다”며 정윤회씨를 의심한 것도, 결국 ‘박근혜는 무오류·무결점의 합리적 결정권자’라는 전제를 세운 채 문고리 및 비선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불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모든 논란을 초래한 박 대통령 자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필로그 - 장량인가 김치양인가

중앙일보 12월1일치 1면에 실린 정윤회씨 사진.
중앙일보 12월1일치 1면에 실린 정윤회씨 사진.
최근 정윤회씨를 둘러싼 논란과 정씨의 주장을 들으면서 역사 속 두 인물이 떠올랐다.

중국 한나라 탄생의 주역이었던 천하의 지략가 장량(장자방)은 한 고조(유방)의 천하통일이라는 위업을 이룬 뒤 ‘더이상 바랄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제는 인간 세상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적송자(신선 이름)의 뒤를 따라가고자 한다”는 말을 남겨, 훗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도 남았다.

고려 초 승려를 사칭했던 김치양은 젊어서 남편을 여읜 천추태후(헌애왕후)의 외로운 처지를 달래다 그와 가까워졌고, 결국 전횡을 일삼았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천추태후는 아들 목종이 왕위에 오르자 섭정에 나섰고 김치양의 권력 남용은 한층 심해졌다.

장량과 김치양은 판이하게 다르다. 정윤회씨 자신의 주장과 세간의 시선도 딱 그만큼 다르다. 정씨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자 자신이 할 일이 없어져 주변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장량의 행보를 걸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간은 그가 박 대통령 주변에서 비선 권력을 휘두른다고 의심한다. 김치양 같은 존재가 아니냐는 시선이다.

장량과 김치양의 간극은 어찌 해도 메우지 못할 만큼 멀어보인다. 그 흔한 시쳇말처럼, 진실이 그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만 해도 좋을까. 드러나기 싫은 권력이 애써 가리고 있는 게 바로 진실 아닐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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