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독보도, 조선일보 유진룡 인터뷰서 사실로 입증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의혹과 관련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억지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이 유진룡 전 장관의 발언으로 하루 만에 궤변임이 입증됐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5일 발행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을 불러 문체부 국과장의 이름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한겨레>의 4일치 보도에 대해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못하는 것이겠지”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기사 바로가기)
<한겨레>는 4일,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문체부 노아무개 국장과 진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관련기사 보기)
박 대통령의 ‘수첩 지시’가 이뤄진 시기는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청와대 ‘하명’으로 승마협회를 조사한 뒤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였다. 유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조사 결과 정윤회씨 쪽이나 그에 맞선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린 건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 들어주고 자신까지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김종덕 장관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자신하면서 고소나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개입설은 근거가 없다. 부서 내부와 산하기관장 인사는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항상 그런 의혹에 사람들 관심이 많다. 미디어가 많아지면 다양한 의견이 많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당파적 의견이 많아진다”며 언론의 의혹제기를 당파성에 근거한 편파 보도로 몰아갔다.
그는 또 “미디어들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래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사실 별 문제가 아니라고 봤는데 청와대 문건과 맞물리면서 이 사안의 폭발성이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전임 유진룡 장관이 판단이 있어서 그랬겠지”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심지어 유 장관에게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수첩 지시’ 의혹 보도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고소고발 여부를 판단해보겠다”던 김 장관의 자신감은 5일 ‘수첩 지시’의 당사자 중 한명인 유 전 장관이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힘을 잃게 됐다. 만약 그럼에도 김 장관이 <한겨레>를 상대로 고소나 고발을 한다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7조)일 가능성이 크다. 기사가 허위임이 입증돼야 한다.
박현철 노형석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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