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확산되는 ‘문체부 인사’ 파문
대통령에게 물어보지도 못하는
청와대 소통방식도 문제
문제 덮으려만 하다 더 커져
대통령이 오히려 논란 중심에
비상식적 인사 시스템에
정부 내부서도 불만 상당한 듯
대통령에게 물어보지도 못하는
청와대 소통방식도 문제
문제 덮으려만 하다 더 커져
대통령이 오히려 논란 중심에
비상식적 인사 시스템에
정부 내부서도 불만 상당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한겨레> 보도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정하고 나서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장관직을 오래 수행했던 이가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청와대의 ‘비상식적인’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정부 내부의 불만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공적인 조직이 아닌 사적인 정보에 의존해 일개 부처 공직자들의 인사까지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청와대는 이날 <한겨레>가 박 대통령의 문체부 인사 직접 개입을 보도한 지 사흘 만(<한겨레> 12월월3일~4일치 1면에 “유 장관 대면 보고 때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며 지시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지만, 세부적인 지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또 사적 정보에 의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민정수석실로부터 담당 간부의 소극적 안이한 대처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소 대면보고를 잘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에게 민정수석실이 일개 부처 국·과장의 소극적 태도를 보고하고, 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직접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사실상 인사조처를 지시했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의 보고서는 비서실장이 ‘찌라시’라며 무시해놓고, 문화부 국·과장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직보가 이뤄졌으며, 대통령도 수첩에 이름까지 적어놓고 직접 챙겼다는 말이 된다.
청와대의 앞뒤 안 맞는 해명에서 보듯,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급을 하지 못하는 청와대 소통 방식도 문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국·과장을 언급했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청와대는 이날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물어보지도 못하는 권위주의적 청와대 운영의 문제점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이 입수한 ‘결정적 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됐는지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내부 운영구조가 공식적인 지휘계통이 아닌 방식으로 진행되고, 이런 일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서 여권이나 정부 쪽에서도 ‘비선’이나 ‘실세’를 통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윤회씨나 이른바 청와대 3인방을 겨냥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서가 작성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공직기강비서관실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의 다른 비서관실에서도 이른바 ‘3인방’ 등을 통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은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니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문체부 인사 관여 의혹을 언급하며 “정부의 공적시스템이 비선 실세의 농단에 의해서 붕괴됐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비대위원도 “공직적폐의 온상처럼 돼버린 청와대를 쇄신하고, 대통령의 쾌도난마 같은 결단을 촉구한다. 대국민사과부터 하셔야 한다”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진상을 풀지 않고 계속 덮으려고만 하니까 (청와대가) 궁색해지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며 “둑이 터졌는데 임시방편으로 계속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이라 먼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야당의 국정조사 ·특검 요구를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석진환 이승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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