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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문체부 ‘표적 감찰’까지…청와대 ‘윗선’ 의혹 증폭

등록 2014-12-08 19:36수정 2014-12-08 23:15

민정수석실, 윗선 지시 받고
국·과장 직무태도 이례적 조사
당시 청와대 근무했던 관계자
“위에서 갑자기 지시 내려와…
감사결과 특별한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를 직접 지시하기 전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이른바 ‘윗선’의 지시를 받아 해당 국·과장을 ‘표적 감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보고’ 문건(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파문에서도 나타났듯이, 지금껏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친인척·고위공직자 감시 및 민심 파악 등 고유 업무에서 벗어나 권력 암투의 도구가 되거나 밀실·비선 인사의 창구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에서 갑자기 ‘체육계 비리 관련해 알아보라’면서 (문체부 담당 국장에 대한) 조사 지시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내려갔다”며 “당시 지시를 김기춘 비서실장 또는 홍경식 민정수석이 했는데, 둘 중 누군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에 부탁해 받은 감찰 결과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상부에 보고했다. (국·과장) 둘 중 한 명이 선물받은 게 사무실에서 나왔던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은 특별한 게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자들 역시 지난해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경질 인사를 주문하기 전 이들 문체부 간부들을 지목한 ‘윗선’의 감찰 지시가 있었고, 이에 따라 해당 간부들에 대한 보고서가 전달됐다는 증언이 거의 일치한다. 이런 증언들은 청와대 상층부에서 이미 해당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정보를 누군가로부터 전달받고 사실상 ‘찍어내기’를 시도했음을 알게 해준다. 다만 이런 감찰 지시가 청와대 내부에서 최초에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비정상적 개입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청와대는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기 전에 이들에게 직접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를 지시(▶ 관련기사: 청와대 해명과 달리…박 대통령, 승마협회 ‘콕 집어’ 조사 지시)했다. 당사자인 노아무개 문체부 전 국장은 지난달 <한겨레>와 만나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윤회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승마협회 박아무개 전 전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주문한 승마협회 조사를 진행한 문체부 국·과장이 다시 청와대 ‘윗선’에서 지목한 감찰 대상이 된 셈인데, 당시 ‘협회 조사’와 ‘감찰’이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이후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청와대와 문체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실제 감찰이 강도 높게 진행됐지만 대상 국·과장의 뚜렷한 비리나 유착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하명 감찰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청와대가 해당 국·과장의 좌천 인사 이유를 설명하며 비리나 유착관계가 아닌 “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는 민정수석실의 보고”를 근거로 든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비리 감찰’도 아니고 공무원의 ‘소극적,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일은 극히 드물 뿐 아니라, 소관 업무로 보기도 힘들다. 해당 국장은 정작 내부 평가에선 지난 2년 동안 각각 최고 등급인 S(우수), 바로 그 아래 단계인 A(양호)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언급하며 인사 조처를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보고서는 ‘나쁜 사람’ 같은 (추상적인) 이런 단어를 써서 보고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차례로 개입한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특정 부처의 국·과장을 대상으로 ‘소극적이고 안일하다’고 올라온 이례적인 보고서의 배경을 모르고 인사 조처를 지시했다는 것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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