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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번에도…“우린 컨트롤타워 아니다”

등록 2015-06-08 14:14수정 2015-06-09 17:52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상황실를 방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상황실를 방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대통령만 쏙 빠진 ‘메르스 대응’…‘세월호 참사’ 때와 판박이
최경환 이어 청와대도 “병원 공개는 박 대통령 지시”라면서
지시 시점과 정보 공개까지 나흘간 차이 난 이유 설명 못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8일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의 최고 책임을 지는 조직으로서 청와대가 대형 위기 상황을 주도하며 대처하는 게 합당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어디가 (메르스 대응의) 컨트롤타워인가’라는 질문에 “컨트롤타워는 (분야별로 있고) 그 위에 국무총리가 있고, 그 위에 대통령이 계신다”고 전제한 뒤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분야별로 (민관 합동대응 태스크포스, 메르스관리대책본부, 메르스지원대책본부 등) 세 본부가 구성이 돼 각자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 말대로라면, 메르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은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하고 국민 불안이 극에 달했던 지난 2~6일 사이 기획재정부 장관 업무를 수행하러 해외출장을 간 셈이다. 국정 총괄 조직으로서의 대통령의 역할과 초동대응 실패 책임을 피하려다 보니 청와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책임을 떠안기보다는 책임은 ‘정부’에 맡기고, 본인은 보고를 받거나 대응책을 촉구하는 역할만 맡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 직후에도 두 번이나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말을 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이후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날 기존 3개의 대응 본부 및 태스크포스 외에 병원의 폐쇄 명령권 등 전권을 가진 ‘즉각대응팀’을 새로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팀은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공동팀장으로 하고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 팀이 지난 3일 만들어진 민관 합동대응 태스크포스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집행력과 권위를 가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커지는데, 박근혜 정부는 하부조직만 만들어 오히려 스스로 혼선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안에서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한탄이 나온다.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정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 문제”라며 “리더십의 부재가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매일 회의를 열어 현황을 보고받고, 지시하고 점검해야 하는데, 여전히 대면보고조차 꺼리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치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치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소극적인 대응을 반박하기 위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정부의 병원 공개 발표가 있었던 7일, 박 대통령이 이병기 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전화를 20~30차례 하면서 대책 발표를 지시했다”(민경욱 대변인), “대통령은 참모들하고 거의 30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 전 내각과 정부를 통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현정택 정책조정수석) 등 대부분 유선상 통화가 전부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두 번째 외부 일정으로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방문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방역대책 본부에서 전문가들이 전권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며 이날 ‘즉각대응팀’을 새로 꾸린 이유를 강조했다.

석진환 최혜정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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