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유 원내대표 왜 흔드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왜 기어이 그를 여당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할까.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유승민은 영민하지만, 정책에 대한 기본 생각이 박 대통령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정치는 생각이 달라도 같이 할 수 있지만, 정책은 그럴 수 없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누구도 증세 문제를 꺼내지 못하겠지만, 유 원내대표만은 증세가 필요하다며 자기 소신을 밀어붙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정책 추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위치인데,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정책적 소신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청와대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죄송하고, 청와대 사람들과 잘해보겠다”는 유 원내대표의 말도, 갈등을 줄이겠다는 것이지 자기 소신을 바꾸겠다는 건 아니어서, 이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유 원내대표 임기 동안 생각의 차이로 계속 갈등만 빚을 경우, 박 대통령은 어느덧 임기 4년차를 맞게 된다는 초조함도 깔려 있다. 뚜렷한 국정 성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연말부터는 당의 관심이 온통 내년 총선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국회의 협조를 받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란 현실적 판단도 박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원내대표 협조 없이는
정부정책 추진 어려워
앞으로도 충돌 불가피 판단 박 “경제 협조 안 해” 질타에
유, 거듭 사과하면서도
“최선 다했다” 조목조목 반박 청와대 내부적으론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고비로, 유 원내대표가 더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시사하며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선포한 데 이어, 4월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 한발 더 나아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기업에 대한 조세 형평성 확보와 중산층 증세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과 국정운영 기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직선적으로 공격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당시 연설은 이미 박 대통령의 한 차례 경고 뒤에 나온 것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선 더 격앙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월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노력 없이 증세를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게 아닌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링거 주사를 맞는 것”이라며, 당시 증세 논의에 불을 지피던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그때도 지금처럼 ‘배신’이란 단어를 썼다. 유 대표는 정부와 박 대통령이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원내대표 당선 이전인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정부의 외교 혼선을 질타하며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것이냐?”고 청와대를 쏘아붙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대표를 겨냥해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살리기 법안들,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고”,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경제살리기 관련 국회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자, 유 대표는 다음날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면서도 “경제활성화법도 30개 중 23개를 처리했고, 국회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여야 관계의 현실이나 여당의 역할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유 대표 사이의 인식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정부정책 추진 어려워
앞으로도 충돌 불가피 판단 박 “경제 협조 안 해” 질타에
유, 거듭 사과하면서도
“최선 다했다” 조목조목 반박 청와대 내부적으론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고비로, 유 원내대표가 더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시사하며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선포한 데 이어, 4월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 한발 더 나아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기업에 대한 조세 형평성 확보와 중산층 증세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과 국정운영 기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직선적으로 공격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당시 연설은 이미 박 대통령의 한 차례 경고 뒤에 나온 것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선 더 격앙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월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노력 없이 증세를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게 아닌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링거 주사를 맞는 것”이라며, 당시 증세 논의에 불을 지피던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그때도 지금처럼 ‘배신’이란 단어를 썼다. 유 대표는 정부와 박 대통령이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원내대표 당선 이전인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정부의 외교 혼선을 질타하며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것이냐?”고 청와대를 쏘아붙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대표를 겨냥해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살리기 법안들,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고”,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경제살리기 관련 국회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자, 유 대표는 다음날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면서도 “경제활성화법도 30개 중 23개를 처리했고, 국회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여야 관계의 현실이나 여당의 역할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유 대표 사이의 인식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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