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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비정상의 정상화’?…본말전도 된 대통령 ‘비정상의 일상화’

등록 2015-06-29 21:47수정 2015-06-30 14:00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국회 마비시켜 놓고 “추경 처리” 독촉
의원들이 뽑은 여당 원내대표 ‘불신임’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엔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국회법 거부권 행사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을 지시하고 교육 관련 현안을 챙기는 등 일상적 업무로 복귀한 듯한 평온한 행보였다.

그러나 이날 국회는 온종일 어지럽게 흔들렸다. 여당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정치권을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는 구태정치”라고 몰아붙인 박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모든 의사일정은 중단되고 여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예정됐던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과 결산심사도 불투명해졌고, 박 대통령이 불만을 터트렸던 법안 처리도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하반기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타이밍을 놓치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못 내기 때문에 빚더미에 앉게 된다.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에선 추경을 위한 당정협의 등 일정이 올스톱된 상태다.

수석회의 주재 “추경 타이밍 중요”
상황 수습할 생각도 타협도 모르쇠
‘유승민 축출’ 지침 주곤 ‘알아서 하라’
“집주인도 세입자 이리 내쫓진 않아”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수습할 생각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야당은커녕 여당 지도부 설득에 나설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여당에 제3의 대안을 마련할 어떠한 틈도 주지 않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여당에 조금의 재량권이나 타협의 여지도 없는 ‘유승민 축출’이라는 지침을 주고,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알아서 해결해내라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자신이 공당의 주인이라는 생각도 문제이지만 백번 양보해 박 대통령이 집주인이라고 치더라도, 요즘엔 세입자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몰아내는 집주인은 없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낼 때와는 달라진 여야 관계를 고려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생각만 옳다는 고집과 독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3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고 지적한 법안들을 보면, 대부분 여야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고, 그 선진화 법안을 처리할 당시 박 대통령은 다수당인 새누리당을 이끄는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핵심 인사 중 한명인 여당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선언하며 ‘배신자’라는 감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 자체도 비정상적이다. 유승민 대표 체제 아래에선 당청협의를 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유 대표의 거취와 당청협의를 연계시키고 있는 것도 비정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직접 선거로 뽑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꼽힌다. 정치권 일부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초 내세웠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인용해, ‘비정상의 일상화’라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모든 비정상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제왕적 권력’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지만, 정작 자신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수정안으로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서며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정확히 5년 전인 2010년 6월29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직접 반대 토론에 나서 이렇게 일갈했다. “어느 한쪽은 국익을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표를 생각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당이냐 야당이냐,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우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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