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운데)와 최고위원들이 12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뒤 함께 모여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대통령의 이념전쟁 몰두’ 비판 확산
불안한 경제상황 등 고비마다
‘이념논쟁’ 불러 불만 잠재우기
전문가, 국론 분열 책임론도 제기
불안한 경제상황 등 고비마다
‘이념논쟁’ 불러 불만 잠재우기
전문가, 국론 분열 책임론도 제기
12일 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면서 역사교과서 논란이 주요 국정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이념 편향성을 불식하고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올바른 국가관”, “균형잡힌 역사의식” 주장을 반복한 내용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국정 최고 책임자가 주거불안, 청년실업 등 민생 현안을 뒤로한 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이념논쟁을 통해 보수를 결집해온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교과서 전쟁을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념적 경직성이 집권 후반기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려와 올바르고 균형잡힌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미 현재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입장 변화는 없다는 게 청와대 쪽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화 독주’ 배경으로 대한민국 정체성 문제가 모든 국정과제의 최상위에 있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쪽으로 편향된 교육을 바로잡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여기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동안 부당하게 폄하되어 왔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투쟁을 진두지휘한 데 이어, 대선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점화, 취임 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및 통합진보당 해산 등 이념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가 박 대통령의 취약한 성과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창조경제’ ‘통일대박’ 등 박 대통령이 제기한 어젠다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교과서 국정화는 행정부의 판단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은 그만큼 다른 부문의 성과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대통령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업적을 남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념갈등을 촉발해 불안한 경제상황과 민생 악화 등 정권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교과서 파동으로 보수가 결집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동시에 박 대통령이 “선거 치르듯이 통치를 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교수는 “교과서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평가위원회를 꾸려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바로잡는 방법이 민주적이어야 민주국가”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지휘하는 이념전쟁이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권의 차기 후보는 박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며 “이념적 경직성 탈피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새 교과서는 여권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대표실로 들어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대표실 벽면 구호를 청년 일자리 관련 내용에서 국정교과서 관련으로 바꿨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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