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2016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관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손팻말 시위를 벌이던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시정연설서 ‘국정화 강행’ 노골화
역사 교과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명감’은 마지막 5분에 응축돼 있었다. 그는 우선 교과서 국정화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은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사회 곳곳의 관행화된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역사교과서 7종의 내용과 검인정 체제를 ‘비정상’으로, 정부 개입 국정교과서를 ‘정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과 창의성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원리로, 현재는 북한과 방글라데시 및 일부 이슬람 국가 정도만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공산당 1당 체제인 베트남마저 6개월 전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했다.
“역사교육 정상화는 사명…정쟁대상 될수 없다” 못박아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우려’ 야당·반대여론 정면 반박
“통일 대비” 국정화 논리…‘유신헌법 추진때와 흡사’ 지적 박 대통령은 또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정화를 밀어붙이며 갈등을 촉발한 박 대통령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을 ‘정쟁 유발 세력’이라고 낙인찍은 셈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국정화가 강행되더라도 집필진 선정, 내용 등을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져 결국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끊임없는 갈등과 정쟁을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대목이다. 그는 “일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역사 왜곡’ 기준은 매우 자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뉴라이트 진영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에서 축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과서는 일제 강점 시기에 총독부가 보건 위생 업무를 잘 관리했다고 묘사하거나 5·16 쿠데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고 기술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비뚤어진 교과서’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 것은 유신헌법을 추진할 때의 논리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을 채택할 때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정 교과서를 주장하는 것도 이와 똑같은 논리”라며 “통독 전 서독은 주별로 여러 종의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통일 역량을 쌓았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이제훈 전정윤 기자 edigna@hani.co.kr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우려’ 야당·반대여론 정면 반박
“통일 대비” 국정화 논리…‘유신헌법 추진때와 흡사’ 지적 박 대통령은 또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정화를 밀어붙이며 갈등을 촉발한 박 대통령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을 ‘정쟁 유발 세력’이라고 낙인찍은 셈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국정화가 강행되더라도 집필진 선정, 내용 등을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져 결국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끊임없는 갈등과 정쟁을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대목이다. 그는 “일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역사 왜곡’ 기준은 매우 자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뉴라이트 진영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에서 축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과서는 일제 강점 시기에 총독부가 보건 위생 업무를 잘 관리했다고 묘사하거나 5·16 쿠데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고 기술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비뚤어진 교과서’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 것은 유신헌법을 추진할 때의 논리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을 채택할 때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정 교과서를 주장하는 것도 이와 똑같은 논리”라며 “통독 전 서독은 주별로 여러 종의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통일 역량을 쌓았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이제훈 전정윤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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