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6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시정연설서 ‘국정화는 비정상의 정상화’ 목소리 높여
“역사교육 정상화로 국론 통합” 반대여론 정면돌파 의지
자유총연맹 등 80여명 초청 ‘이례적’…대국민 여론전 방불
“역사교육 정상화로 국론 통합” 반대여론 정면돌파 의지
자유총연맹 등 80여명 초청 ‘이례적’…대국민 여론전 방불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규정하고,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교육계·학계의 거센 반발이나 야당의 강력한 반대, 높아지는 부정적 여론에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청와대 쪽은 이날 ‘아스팔트 극우’로 불리는 우익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에 초청해 방청하도록 하는 등 편향된 태도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국론을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6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모니터 푯말시위’ 속에 본회의장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사회 곳곳의 관행화된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국정제를 ‘정상’으로, 검정제를 ‘비정상’으로 선언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독재·후진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화 정면돌파’는 최근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통해 추진 동력을 얻고 여론 반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형식은 시정연설이지만, 대국민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청와대 쪽은 이날 ‘이례적’으로 보수단체 회원 80여명을 ‘청와대 초청 행사’ 명목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초청해 특별방청을 하도록 했다. 극우 성향을 보여온 단체의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자유총연맹,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우익단체 회원들과 청년리더양성센터, 청년이만드는세상,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등 청년단체 인사들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방청했다. 청와대와 국회 관계자는 이들을 초청한 경위에 대해 “청와대 경호실에서 이들에 대한 신원조회를 거쳐 명단을 국회에 넘기며 특별관람을 요청했으며, 국회는 관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여 관람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 문제로 외부 인사 방청을 극도로 제한해온 전례에 비춰, 청와대가 이들 단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전 등에 더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 위해 특별방청을 주선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 때 국회에서 농성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50여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외면한 바 있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챙기는 ‘외눈박이’ 정치 행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혜정 김남일 기자 idun@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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