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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5·16을 쿠데타라 말하지 않는 황교안 앞세우고 “정치권은 불간섭” 뒤로 숨는 당·청

등록 2015-11-03 19:35수정 2015-11-04 14:43

고시 직후 고위 당·정·청협의회 열어
“이제 교과부가 앞장서 문제 주도”
민생 내세워 ‘불리한 국면’ 전환 의도
3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의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담화’에는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등장했다. 6·25전쟁 책임, 천안함 사건, 집필진 성향 등 현행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도표까지 동원해 설명하는 황 총리의 모습은 큼직한 조직도와 금서 등 압수물품을 앞세우며 ‘공안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공안검사를 연상시켰다. 황 총리는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5·16을 쿠데타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교육부 스스로 국정화 결정부터 확정고시까지 마무리하는 ‘자기완결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예상을 깨고 공안검사 출신의 황교안 총리가 ‘확실한 정체성’, ‘올바른 국가관’을 강조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국정화 반대를 ‘친북’으로 몰아 배척하는 본격적인 ‘종북몰이’의 예고라는 우려가 나온다.

황교안 총리가 ‘교과서 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면서, 그동안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해온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화 확정고시를 이틀이나 앞당겨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도 “교육부의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 직후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청 고위 인사들은 ‘정치권의 불간섭 원칙’을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브리핑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선 독립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치권에서 ‘불간섭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당·정·청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태도가 급변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확정고시가 된 만큼 교육부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주도하고 ‘올인’하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며 국정화 뒷수습을 정부 쪽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정·청의 이런 태도는 정부의 ‘국정화 확정고시’를 기점으로 여론전에 불리한 국정화 논란을 뒤로하고, 이른바 ‘민생 의제’를 앞세워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교육부가 이날 확정고시를 통해 최종적인 ‘쐐기’를 박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 반대 여론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꾸려지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이른바 ‘민생법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진다며 이른바 ‘민생 속도전’에 나설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이후, 왜곡 의혹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최혜정 서보미 김외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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