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출입증을 패용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사상 흡수론 이어
현재 역사교육 ‘비정상’ 강변
필진 ‘이념편향’ 색깔론까지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 확산에
지지층 결집 나선 듯
야당 “국민들을 정신이상 몰아
참으로 무서운 대통령”
현재 역사교육 ‘비정상’ 강변
필진 ‘이념편향’ 색깔론까지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 확산에
지지층 결집 나선 듯
야당 “국민들을 정신이상 몰아
참으로 무서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魂)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사상적으로 (북한의) 지배를 받게 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사상흡수론’을 제기한 데 이어, 현행 교과서로 진행하는 역사교육이 ‘혼의 비정상’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정부의 확정고시 이후 국정화 반대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집필진 선정까지 난항을 겪자, 박 대통령이 좀더 강경한 발언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는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나라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되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현재 역사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의 근거로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되어 있는 점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는 것으로 기술된 점 △경제발전을 반노동자적으로 묘사한 점 △반기업 정서를 유발하는 점 등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검인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이념 편향성’을 거론하며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그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쪽은 다양성을 얘기하지만, 현재 7종 교과서에 가장 문제가 있는 근현대사 분야 집필진 대부분이 전교조를 비롯해 특정 이념에 경도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겨레>가 현행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교과서들이 교육부의 집필기준에 따라 ‘한강의 기적’ 등으로 표현하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기술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진보-보수 진영 대립’으로 ‘갈라치기’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국정화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애초 청와대 쪽에선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역사) 왜곡·미화는 저부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국정화 반대가 잦아들 것으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대표 집필진으로 선정됐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불명예 퇴진과 학계·교육계 등의 반발로 국정화 반대 여론이 계속 높아지자 박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의 선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너무도 비상식적인 말이어서 충격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혼이 비정상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며 “여하튼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바르지 못한 현행 교과서로 배운 우리 국민들의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의미일 테니 대통령 말마따나 생각만 해도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무리 교과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토록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 박근혜 대통령은 참으로 무서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최혜정 전정윤 기자 idun@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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