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이 정 의장 만나
“선거법만 처리 납득 안돼
노동·경제법 먼저 통과시켜라”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 주문
정 의장은 직권상정 불가 뜻
“선거법만 처리 납득 안돼
노동·경제법 먼저 통과시켜라”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 주문
정 의장은 직권상정 불가 뜻
청와대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선거법보다 노동관계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등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법안’을 먼저 또는 동시에 처리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정의화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선거법)은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대통령 관심법안’은 직권상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법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는 이례적 상황이 빚어지면서 청와대의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선거법만 먼저 (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것”이라며 “경제위기에 대비해 제출해놓고 계류되어 있는 노동법, 경제활성화법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들은 외면하고, 선거법만 처리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현 수석은 정 의장을 면담한 뒤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굳이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면, 국민들이 먼저 원하는 법들을 통과시켜주고, 그러고 나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해달라. 그것이 어렵다면 이 법들과 선거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의장을 만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브리핑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야당이 노동관계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으로 여야 간 협상의 여지도 줄어들자 대통령의 뜻을 대변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처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현 수석은 “야당은 선거법 처리가 되면 기타 학업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법 ‘선처리’ 이후의 상황을 우려했고, “정 의장께 (여야 간) 여러가지 중재 노력을 통해 (법안들의) 처리 근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의화 의장은 현 상황이 직권상정의 요건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반 법안 상정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의장은 현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쟁점법안은 직권상정이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가 지난 2일 법안 처리에 대해 합의한 내용은 지키도록 힘쓰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특히 전날 새누리당이 경제위기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를 언급하며 직권상정을 압박한 데 대한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것은 의장을 압박하는 수단인데 국민들이 오도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직권상정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성토한 것을 두고도 “말을 배설하듯이 하면 안 된다. 참기 어려운 불쾌감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6시간40분 동안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 의장은 당분간 중재를 더 시도한 뒤, 여야 합의가 최종 결렬되면 선거구획정안을 연말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혜정 이경미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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