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일제히 “신공항 백지화가 아니다. 사실상 김해 신공항”이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전날 공식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며 거리두기에 나섰으나,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영남권 두 지역의 거센 반발과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더해지자 “약속을 지켰다”며 정면대응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백지화됐던 신공항 논의를 되살려 소모적인 지역갈등을 유발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신공항은 여러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려진 최적의 결론으로 알고 있다”며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을 한다는 것이고 사실상의 김해 신공항”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특히 ‘백지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등 두 곳만을 평가한 만큼 당시는 ‘사업 백지화’가 맞지만, 이번에는 전국 30여곳을 대상으로 원점에서 검토했고 그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니 이는 ‘백지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약 파기 논란을 ‘김해 신공항’론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 논란을 불지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1년 3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유세에서 “(신공항은) 원래 김해공항이 2016년에 포화되기 때문에 확장을 위해 시작한 이야기”라며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가 된다면, 당연히 가덕도가 될 것이다. 부산시민께서 바라는 신공항을 제가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갈등을 증폭시켜 놓고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 신공항’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약속을 지켰다”는 입장인 만큼, 박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대화에서 “작년 1월에 신공항과 관련된 지자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외국의 최고 전문기관을 선정해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르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반발하는 지자체를 향해 결과에 ‘승복’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적으로도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 고려되지 않았던 브이(V)자 형의 신형 활주로와 대형 터미널 건설을 통해서 안전 문제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의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며 청와대를 거들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영남지역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개인적으로 최근 국토부가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본다”며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대승적으로 수용을 해야 한다”며 “티케이(TK·대구경북)나 피케이(PK·부산경남)나 서운한 감정이 있는데 정치권이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설명이 지역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해공항이 지역구인 김도읍 의원은 “부산시민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24시간 운항 가능한 안전한 공항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김해공항 확장이 갑자기 최선의 대안이 된 이유에 대한 해명을 계속 요구했는데 어제오늘도 신통한 답변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음주 초 영남권 지자체장 5명과 만나 후속조처를 논의하는 등 후폭풍 차단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혜정 이경미 기자 idun@hani.co.kr [디스팩트 시즌3#8_세월호 잠수사 "이주영 장관 의형제 맺자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