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경남 양산 자택의 마당에서 반려견 마루를 쓰다듬고 있다. 청와대에 연차 사용 휴가계를 낸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 하루 양산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청와대 제공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황준범
정치에디터석 데스크 jaybee@hani.co.kr “아직 휴가를 언제 간다는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데, 저는 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입니다.” 난기류로 흔들리는 워싱턴행 전용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앉으셔야 한다”는 경호실장의 ‘제지’에도 이 답변을 마무리했다. 박수를 친 건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청와대에는 소곤소곤 문의가 들어간다. “대통령이 휴가를 갈 건지, 언제쯤 갈지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 휴가에 영향을 주니까 관가에서 되게들 궁금해한다”는 게 청와대 근무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1년에 3~5일의 휴가를 여름에 사용했고, 그나마도 수해나 외교 문제 수습 등을 위해 청와대에 복귀해서 근무체제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휴가가 조심스럽고 눈치 보이는 건 국민 모두가 마찬가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2013년 기준으로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중 8.6일(60.6%)만 실제로 사용했다. 공무원들의 경우, 인사혁신처가 설문조사한 결과 2015년 평균 연차휴가 일수는 20.6일이고, 실제 사용일수는 평균 10일(48.5%)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솔선수범’ 선언이 반가우면서도 ‘과연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함께 드는 이유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청와대 수석·비서실장과 국회의원 등 ‘6년 이상의 공직 경력’이 있는 문 대통령은 올해 21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다. 이 중에 하루를 5월22일 사용했으므로 20일 남았다. 올해 남은 6개월간 한 달에 3~4일씩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이건 예산이나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 혼자서 실천하면 되는 문제다. 대선 공약을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하면 연차 20일 사용은 훨씬 쉬워진다. 문 대통령은 ‘15일 연차유급휴가 의무 사용’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연차휴가를 2주까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하면 여름휴가를 2주일 이상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여름에 2주(주말 포함)를 쉬고, 남은 열흘은 나머지 기간에 나눠 쓰면 되는 셈이다. 이달 말쯤으로 예상되는 휴가 기간에 문 대통령이 갈 곳, 할 일도 풍성할 것 같다.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개방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은 경남 진해의 저도 휴양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터라 다른 휴가지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집 뒤에 편백나무숲과 저수지가 있는 근사한 산책로가 있다”며 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온 경남 양산 자택이 첫 후보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혼자 있을 때가 좋아요. 그래서 혼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적도 있고 자주 산길을 혼자 걷는다든지 합니다. 시골집 마당에서 그냥 혼자 잡풀을 뽑는다든지. 그런 시간도 행복하고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예전에 팬클럽과의 ‘100문100답’에서 추천 여행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강원도 정선·영월, 전남 해남·강진, 문경새재 등 머릿속 지도를 줄줄 풀어낸 적도 있다. 최소한의 ‘낮은 경호’마저 어려워지고,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칠 우려가 높다면 차단된 군 시설 같은 곳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물론 ‘연차 100% 사용’을 실행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한 번에 보름씩, 한 해 평균 한 달에서 많게는 110일(조지 W. 부시)까지 휴가를 쓰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휴가는 늘 논란거리다. ‘세계가 불타오르는데도 휴가를 갔다’(버락 오바마), ‘너무 호화로운 휴가를 간다’(도널드 트럼프) 등 시끄럽다. 그럼에도, 이제는 국민들과 자신의 휴식권을 당당하게 보장하는 대통령을 봤으면 한다. ‘국정 구상’ 같은 거창한 포장 없이, 그냥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머리 식히는 것만으로도 ‘솔선수범’이 될 것이다.
정치에디터석 데스크 jaybee@hani.co.kr “아직 휴가를 언제 간다는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데, 저는 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입니다.” 난기류로 흔들리는 워싱턴행 전용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앉으셔야 한다”는 경호실장의 ‘제지’에도 이 답변을 마무리했다. 박수를 친 건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청와대에는 소곤소곤 문의가 들어간다. “대통령이 휴가를 갈 건지, 언제쯤 갈지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 휴가에 영향을 주니까 관가에서 되게들 궁금해한다”는 게 청와대 근무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1년에 3~5일의 휴가를 여름에 사용했고, 그나마도 수해나 외교 문제 수습 등을 위해 청와대에 복귀해서 근무체제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휴가가 조심스럽고 눈치 보이는 건 국민 모두가 마찬가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2013년 기준으로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중 8.6일(60.6%)만 실제로 사용했다. 공무원들의 경우, 인사혁신처가 설문조사한 결과 2015년 평균 연차휴가 일수는 20.6일이고, 실제 사용일수는 평균 10일(48.5%)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솔선수범’ 선언이 반가우면서도 ‘과연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함께 드는 이유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청와대 수석·비서실장과 국회의원 등 ‘6년 이상의 공직 경력’이 있는 문 대통령은 올해 21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다. 이 중에 하루를 5월22일 사용했으므로 20일 남았다. 올해 남은 6개월간 한 달에 3~4일씩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이건 예산이나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 혼자서 실천하면 되는 문제다. 대선 공약을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하면 연차 20일 사용은 훨씬 쉬워진다. 문 대통령은 ‘15일 연차유급휴가 의무 사용’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연차휴가를 2주까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하면 여름휴가를 2주일 이상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여름에 2주(주말 포함)를 쉬고, 남은 열흘은 나머지 기간에 나눠 쓰면 되는 셈이다. 이달 말쯤으로 예상되는 휴가 기간에 문 대통령이 갈 곳, 할 일도 풍성할 것 같다.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개방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은 경남 진해의 저도 휴양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터라 다른 휴가지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집 뒤에 편백나무숲과 저수지가 있는 근사한 산책로가 있다”며 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온 경남 양산 자택이 첫 후보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혼자 있을 때가 좋아요. 그래서 혼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적도 있고 자주 산길을 혼자 걷는다든지 합니다. 시골집 마당에서 그냥 혼자 잡풀을 뽑는다든지. 그런 시간도 행복하고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예전에 팬클럽과의 ‘100문100답’에서 추천 여행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강원도 정선·영월, 전남 해남·강진, 문경새재 등 머릿속 지도를 줄줄 풀어낸 적도 있다. 최소한의 ‘낮은 경호’마저 어려워지고,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칠 우려가 높다면 차단된 군 시설 같은 곳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물론 ‘연차 100% 사용’을 실행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한 번에 보름씩, 한 해 평균 한 달에서 많게는 110일(조지 W. 부시)까지 휴가를 쓰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휴가는 늘 논란거리다. ‘세계가 불타오르는데도 휴가를 갔다’(버락 오바마), ‘너무 호화로운 휴가를 간다’(도널드 트럼프) 등 시끄럽다. 그럼에도, 이제는 국민들과 자신의 휴식권을 당당하게 보장하는 대통령을 봤으면 한다. ‘국정 구상’ 같은 거창한 포장 없이, 그냥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머리 식히는 것만으로도 ‘솔선수범’이 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