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 해군기지 공관에서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한국 최초의 해외 수출 잠수함 건조 인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왼쪽 둘째)을 만나고 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 쪽에서 김판규 해군참모차장과 신재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이, 인도네시아 쪽은 아데 수판디 해군참모총장과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두번의 실패는 없다.”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청약자격 강화 등 전방위적인 규제안을 총망라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올인’했지만 임기 5년 동안 전국의 아파트값이 63.72%나 상승하며 민심을 잃었던 참여정부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6·19 대책 이후 불과 40여일 만에 다시 초강력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4주 연속 급등하는 등 효과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7일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향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제가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말한 것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의 표현이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정운영 동력이 고갈됐던 경험은, 문 대통령에겐 뼈아픈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2005년 8·31 대책은 ‘세금폭탄’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집값은 계속 오르고 지지율은 떨어지면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굉장히 괴로워했다”며 “곁에서 이를 본 문 대통령이 이런 실패의 경험을 곱씹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당사자로서 문 대통령 스스로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에선 6·19 부동산 대책이 투기세력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했다면, 8·2 대책은 앞으로 정부가 투기세력과 벌이게 될 전면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투기세력과 벌이는 ‘리턴매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수현 수석은 참여정부 당시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지내며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이 담긴 8·31 부동산 대책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설계했던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투기세력 척결이란 기조 아래 김 수석을 중심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역할 분담 및 조율을 거쳐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 쪽에서는 벌써부터 “집값 상승이 투기수요 때문이라는 잘못된 진단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며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투기방지 대책을 뒤범벅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쪽은 당시의 진단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당시 시장의 저항을 고려해 일종의 연착륙 방안으로 찔끔찔끔 단계적으로 규제책을 발표했는데, 결과적으론 부동산 투기세력이 치고 빠질 수 있는 빌미가 됐던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투기 심리를 확실히 잡기 위해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이번 8·2 대책은) ‘핵폭탄’(고강도 종합정책)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핵폭탄으로 (투기를) 제압해도 잔불이 남을 수 있다”며 “(잔불을 끄기 위한) ‘플랜B’ 상황까지 대비해 종합적인 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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