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준범 정치에디터석 데스크 jaybe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다음주부터 공식 업무에 복귀한다. 청와대로 돌아온 문 대통령 책상에 올라갈 보고서들은 휴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두껍고,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과 사드 등 외교안보 문제를 비롯해 탈원전, 증세, 부동산 등 최근 1~2주 사이 급속도로 불붙은 현안들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런 이슈들에 대한 구상을 정리해서 펼쳐 보이고, 정치권·시민사회·언론 등이 내놓을 취임 100일(8월17일) 성적표를 받아든 뒤, 9월1일 시작하는 첫 정기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지나온 석달보다 훨씬 장애물이 많은 여정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 뒤 업무지시나 연설 등을 통해, 보수정권 9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구습을 깨는 데 집중해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지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검찰 돈봉투 회식 감찰, 4대강 6개 보 상시 개방,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공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출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지시,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 전 정부 청와대 문건 연속 공개, 한-일 12·28 위안부 합의 검토 티에프 출범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환호 속에 70% 후반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다르다. 외교안보 문제는 한국 혼자의 힘으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난제이고, 탈원전 정책은 구체적으로 진행될수록 일반 국민과 해당 지역민, 학계 등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두번의 실패는 없다’며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은 어떤 효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정부에 최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는 ‘더 대담하게 하라’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좌우 양쪽의 압박에 놓여 있다.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 지시처럼, 문 대통령 지지층에 균열을 내는 사안도 있다. 여당 의원들은 “지금까지는 ‘공공의 적’을 겨냥한 일들이어서 순탄하게 왔지만, 이제부터는 하나하나 이해관계가 걸리고 밥그릇을 나눠야 하는 문제들”이라고 말한다.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검찰개혁과 언론 정상화 등의 과제도 대기 중이다.
이런 과제들은 대체로 명분과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들이다. 속도에서도, 역대 정권처럼 2월이 아닌 5월에 출범해 석달 남짓 만에 첫 정기국회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너무 빠르다”고 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수많은 과제들이 결국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을 봐야 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당장 부동산 대책과 세제 개편에만 17개(중복 포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91개가 입법 조치가 받쳐줘야 하고, 법률 개정만 465건이 필요하다. 야당 도움 없이는 손에 쥘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여권 안에서도 서서히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당의 한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5년에 걸쳐 나왔던 이슈들이 100일도 안 돼서 다 쏟아져 나왔다”며 “다수당이 아닌 민주당의 힘에 비해 전선이 너무 넓게 펼쳐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심점 없이 지리멸렬하던 야당도 서서히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야당 지도부에선 “노선 차이가 있는데 계속 도와줄 수 없다. 이제부터는 핫하게 붙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진짜 승부’의 시점을 맞아 문 대통령과 여권은 주변을 살피고 전략을 촘촘히 짜볼 때다. 의제들의 우선순위와 실행 방안을 다시 따져보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이슈들을 국무총리와 여당에 분담해야 한다는 게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주문이다. 특히 “안보·경제 문제에서 정부에서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없다”고 여전히 아쉬워하는 야당에 좀더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