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부 문서 파일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정부지원 배제) 등 국정농단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제2부속실이 사용하던 ‘공유폴더’에서 발견된 파일에 담긴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닫으면서도 유독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사실은 콕 집어 밝혔다. 이어 “제2부속실 파일 등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된 파일은 (검찰 등) 관련 기관 요구가 있을 경우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물증을 찾아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제2부속실에서 사용하던 폴더에서 발견된 ‘한글’ 등 문서파일 9308건은 모두 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작성된 것들로, 지난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등에서 발견된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과는 작성 시기가 다르다. 당시 발견된 문서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작성됐다. 반면, 이번 문서는 조윤선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2014년 6월~2015년 5월)하던 시점과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친다.
조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으나, 1심 재판에서 “(당시) 정무수석으로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과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지원 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의 행위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에 조 전 장관을 기소했던 특검을 비롯해 문화예술계에선 ‘조 전 장관의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시절부터 이미 ‘정무리스트’라는 게 만들어졌고, 2016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이후 이를 실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문서파일에서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2심 재판부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블랙리스트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를 지시하거나 지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조 전 장관이 제2부속실 등을 통해 정무수석 시절부터 관련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박 전 대통령도 직권남용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실수비 등의 보고 내용이 이 회의 공식 참석 대상이 아닌 제2부속비서관실 폴더에서 발견된 것도 의문이다.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이 직무 범위를 넘어 청와대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을 고스란히 받아봤음을 인증하는 것이란 뒷말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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