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잔여 발사대 4기 배치가 완료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지난 7월29일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한 지 40일 만에 사드 1개 포대의 배치가 끝난 것이다. 대선 기간 동안 사드의 한반도 방어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취임 뒤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민의 동의 없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지 않겠다’던 청와대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정부는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와 고위력의 핵실험 등 더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사드체계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오늘 임시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7일 오전 경찰과 주한미군이 주민들의 저항을 뚫고 반입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이날 오후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돼 있다. 성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방부는 전날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공개했고, 주한미군은 이날 새벽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 등을 육로를 통해 성주 기지로 옮겼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도로를 막고 저지하다가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수십명이 다치고,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 여러분의 충정을 알면서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몹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사드 반입 과정에서 부상하신 성주와 김천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더욱 죄송스럽다”며 “지역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의 더 큰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 표명에도, 국방부 발표에 이어 심야에 경찰 8000여명을 투입해 주민들을 끌어내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드 발사대 4기의 비공개 국내 추가 반입 사실에 대한 보고 누락에 격노하며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기지 전체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약속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단박에 뒤집은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7일 오전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회관 앞에서 도로를 막고 농성하던 주민들을 경찰이 밀어낸 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기지로 향하자 한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특히 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한 사이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완료한 것을 두고도, 책임 회피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밀고 들어갈 수 있느냐”고 했던 청와대는 경찰력을 동원해 배치를 강행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다친 것에 관해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6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배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약속들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 문재인 정부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사드를 뽑아내는 날까지 강력한 항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에 사드 배치 진상규명,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가지를 약속했으나, 이 모든 약속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성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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