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입장 발표
시민사회 ‘촛불 배신론’에 부담
메시지 초안 직접 손봐
‘임시배치’ 거듭 강조
절차적 정당성 훼손 비판에
“최종배치 엄격하게 결정할 것”
시민사회 ‘촛불 배신론’에 부담
메시지 초안 직접 손봐
‘임시배치’ 거듭 강조
절차적 정당성 훼손 비판에
“최종배치 엄격하게 결정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배치 강행에 대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대국민 설득을 통해 반발 여론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7일 밤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낮 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이날 밤 8시50분께 ‘사드 배치 관련 대통령 입장’을 서면으로 발표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 ‘사드 배치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정면 반박하고 나선 지 5시간여 만이다. 애초 청와대에선 “국민들께 드릴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있으면 발표하겠지만, 이 문제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언제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한밤에 전격 입장을 내놓은 것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유지해왔던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뒤집은 데 대한 성주 주민·시민단체·종교단체와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쪽에서 그동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단체 등에 충분한 설득 작업을 했다고 본 것과는 달리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이 이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며 “박근혜 정부가 귀환한 듯하다”고 비판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촛불 정신 배신론’을 제기하고 나선 데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드 배치 완료가 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진 데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는 참모들의 의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늦은 시간이긴 하나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드 임시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 정도는 설명드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해, 대통령의 서면 메시지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메시지 초안을 직접 손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놓은 서면 메시지를 통해서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기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에 관한 압박과 공조라는 측면에서 진행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북한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데 대한 미국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미국 쪽의 우리 정부에 대한 사드 배치 압박이 커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는 사드 배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중에 이뤄진 일이긴 하나, 정부간 합의로 이뤄진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이 한번에 뒤집기도 어렵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배치”라고 거듭 강조하며 배치를 정당화한 주요 근거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일종의 타협책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의 공식 배치 여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 시민이 8일 오후 ‘사드배치 강행 규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 서 있다. 이날 오후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일 새벽 문재인 정부의 기습적인 사드 추가 배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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