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기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에 직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정면 반발했다. 그는 “나를 목표로 한 짜맞추기 수사다. (검찰은) 나에게 물어라”며 자신을 직접 조사하라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오후 5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게 제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결백’을 자신했다. 이 전 대통령은 A4 용지 한장짜리 입장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내부 집무실로 들어간 뒤, 저녁 6시30분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무실을 떠났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반발과 상관없이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학생 특강을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의 ‘짜맞추기 정치보복 수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 했다.
전날 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최근 김희중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조사하면서 “2011년 10월 국정원 특활비를 달러로 바꿔 10만달러(1억여원) 정도를 (대통령 부부가 머물고 있는) 관저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앞둔 때로, 검찰은 이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국정원 상납 혐의와 관련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최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이 전 대통령 쪽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에 있는 다스 협력업체 아이엠(IM)과 관련자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이엠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자동차 부품 업체다.
김남일 서영지 신지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