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관련기사 3·4면
문 대통령은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이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한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뒤 “노코멘트다. 아무것도 다른 말을 붙일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차담회를 마친 뒤 직접 “왜 참고 있느냐”며 대변인에게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차담회에서 차분하게 분노를 말했다”며 “참모들은 이 전 대통령의 언급에 하나하나 응대하거나 단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시켜 정권 운용의 도구로 사용했던 사람들이 적반하장 격의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 크게 분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말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며 “우리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편가름을 심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를 책임지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정의롭지 않고, 민주주의 가치를 흔드는 것에 언제까지 인내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비판에 직접 대응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등 측근들은 “문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 정치보복을 당한 사람이 분노해야지, 정치보복을 하는 사람이 분노하느냐”고 반발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미국 순방 때 명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 전 대통령 쪽은 “허위사실”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측근에 대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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