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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지체된 정의, 정의 아니다” 강원랜드 부정 합격자 무관용 퇴출

등록 2018-03-15 23:04수정 2018-03-15 23:29

강원랜드 부정입사 226명 직권면직

채용비리 후속조처 지지부진하자
문 대통령, 직접 고강도 대책 주문
공공기관 복지부동에 경고

강원랜드 최소 439명 청탁 연루
내부감사뒤 인사팀장 1명만 면직

최근 5년 공기업 부정채용 중
합격·임용 취소 2.4% 불과
반칙 피해 탈락청년들이 감내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전경.
‘대규모 부정채용’이 조직적으로 자행된 강원랜드의 부정입사자 226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엄중한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앞서 강원랜드는 문태곤 새 대표가 임명된 이후인 지난달 2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 239명을 업무에서 배제한 바 있다. 공공기관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합격 취소까지의 속결을 지시한 까닭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현 정부의 기조에 일단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관찰됐듯 ‘공공기관 인사 철밥통’은 ‘부정입사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온 게 현실이었다. 실제 <한겨레>가 2013~2017년 공공기관 313곳의 부정채용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부적정 채용’이 최소 58곳에서 이뤄지고 578명이 합격 혜택을 보았으나 이 가운데 합격·임용이 취소된 이는 14명(2.4%)에 불과했다. 이후 사안 자체가 유야무야되며 ‘반칙’ 피해는 탈락한 청년들만 감내하는 구조가 되풀이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합격자 처리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장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한 이유와도 맥을 같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부정행위자 적발이 됐으면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하는데 책임있는 자들이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이니 직접 강하게 말씀하신 것”이라며 “시민들은 적발만 해놓고 아무 변화가 없다고 느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대규모 부정채용은 2012~13년 발생했다. 518명 신입사원 중 최소 493명(95%)이 내·외부 청탁자와 연결되어 별도 관리된 인력으로 합격했다. <한겨레>가 확보해 보도한 강원랜드 내부 청탁명단엔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도 외부청탁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지난해까진 직접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2017년 4월 춘천지검은 최흥집 당시 사장과 권아무개 인사팀장만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그 밖의 청탁자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기명된 부정합격자 271명은 열외했다.

강원랜드 역시 2015년 말 내부감사 뒤 권 인사팀장을 면직했을 뿐 청탁·점수조작 등에 관여한 내부 직원 중에서도 8명(면접임원·인사실무자)만 감봉 이하의 조처(감봉 2, 근신 1, 견책 3, 경고 2)를 하는 데서 멈췄다. 부정입사자 징계는 마찬가지 전무했다. 이들이 5년 넘게 국내 유일의 카지노 공기업에서 고임금을 받으며 안정적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다시 ‘엄단 조처’를 강조한 것은 이러한 처리 방식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염려한 까닭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의 설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사회 유력 인사들의 청탁에 의해서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며 부정입사자 채용 무효화 방안을 처음 지시했다. 이후 검찰 재수사를 통한 추가 기소, 수사외압 폭로 등이 이어졌으나 시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청산’과 ‘자정’이 이뤄졌다고 보지 않은 셈이다.

이날 강원랜드 쪽은 “사실 대규모의 채용비리를 예상하고 내부 규정을 만든 건 아니라 (부정청탁자와 합격자의 밀접한 관계 등을 따져 이뤄지는) 면직 기준을 어떻게 나눌지 난감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업무배제된 직원 226명의 실제 퇴출 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조사 결과 등을 반영한 강원랜드 내부 위원회(징계·인사위원회 등)에서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정부 지시가 있는 만큼) 향후 어떻게 할지는 강원랜드 사장 등이 내부 방침을 정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김보협 박수혁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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