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체질 근본개선에 시간 걸려”
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재확인
재정 확대로 안전망·복지 확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의 열쇳말은 ‘포용국가’였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못박으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아우르는 포용국가 개념을 중심으로 기존 경제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잘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으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되고 고용 어려움도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새롭게 경제 기조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령층 등 힘겨운 분들도 생겼다”면서도 “정책 기조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적인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 기조는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고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포용국가를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라고 정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포용국가를 ‘정부가 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사회 구조를 포용국가의 틀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물론 사회 통합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기존 신자유주의식 성장 공식으로는 자신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평등 심화는 노동 생산성과 사회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빈곤의 대물림 현상까지 초래해 경제 성장과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포용적 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한국은 성공적인 산업화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고 이제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고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며 포용적 성장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포용적 성장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 경제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가 세계적 흐름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들이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과 중·하위 소득자들의 소득증가, 복지, 공정 경제를 주장한다”면서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예산”으로 규정하며 “포용국가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적인 쓰임새로는 재정 확대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복지 확대를 꼽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가는 법”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4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