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2일 일본의 백색 국가(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처에 해당하는 1194개 전략물자에 관해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 줌”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우리가 세계 시장 점유율 72.4%인 디(D)램 공급이 2달 정지되면 전 세계 2억3천만 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대응 카드도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
김 차장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언급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며 “우리가 검토를 해보니 일본이 (백색 국가 제외 조치로 영향을 받는) 전략물자가 1194개가 되는데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봤더니 손 한 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숫자는 말씀 안 드리겠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일본 역시 우리한테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며 “디 램 같은 경우는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72.4%다. 디 램 공급이 2개월만 정지되면 전 세계에서 2억3천만 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카드나 옵션(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보 분야의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정찰용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다. 중국은 30개가 넘고 일본은 8개가 있는데 자동차 번호판을 읽을 수 있는 판독 기능이 있다”며 “안보 분야에서도 외부 세력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안보 분야에서도 부품 소재처럼 똑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회에 부품 소재나 전자제품,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거나 앞서는 게 가장 좋은 조처가 될 것”이라며 효율적인 국내 기술 개발 지원금 지원과 첨단 기술을 지닌 외국 업체 인수 등을 방법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방미 때 미국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에 대해 중재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반대급부를 요구할 텐데 왜 중재 요청을 했겠느냐. 뭘 도와달라고 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되는데…”라며 “우리 (강제 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고, 거기서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우리가 아직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뿐이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가는 예측불가능해야 한다. 한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동시에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며 “만일 이 지역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면 한국에서는 7초 뒤 알아낼 수 있지만, 알래스카에서는 15분이 걸린다.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이 딱 나오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김 차장은 자신이 참여정부 시절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수석 대표일 때 협정을 맺지 않은 이유도 소개했다. 그는 “핵심 장비 분야를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인 면에서 너무 약했다. 휴대폰 하나를 만들 때 50%가 넘게 부품이 일본산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하면 완전히 제2의 한일강제 병합이 될 것 같다, 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유리하다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