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결정까지 긴박했던 이틀
청 ‘일 명확한 철회 없인 종료’라는
기존 입장에서 ‘반발짝 양보’
“미와 협상할 게 한두개 아닌데
연장 요구 무시하기가…”
한-일 외교채널 며칠 집중논의
일 태도 바꿔 “협상” 명분 줘
청 ‘일 명확한 철회 없인 종료’라는
기존 입장에서 ‘반발짝 양보’
“미와 협상할 게 한두개 아닌데
연장 요구 무시하기가…”
한-일 외교채널 며칠 집중논의
일 태도 바꿔 “협상” 명분 줘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직전 ‘조건부 유예’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한-일 양국의 발표 내용에도 확실한 주고받기나 약속 없이 시간 벌기용으로 보이는 어정쩡한 ‘봉합’만 등장한다. 정부가 그동안 ‘일본의 명확한 수출규제 조처 철회가 없는 한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던 태도와도 크게 차이가 난다.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왔다. 미국 의회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비롯해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 등 고위 관료들이 대거 방문해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했다.
정부로서는 미국이 기존 방위비 분담금의 다섯배에 이르는 50억달러를 요구하고,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부담됐을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이나 방위비 협상, 유엔사 기지 반환 등 미국과 논의해야 할 부분이 한두개가 아닌데 미국이 공들인 지소미아 유지 요구를 무시하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완강했던 태도를 바꿔 국장급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소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은 점도 정부의 ‘유예’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전날 “한국 쪽의 지소미아 종료는 지역 안보 환경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이다.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바 있다. 조금이라도 바뀐 일본 정부의 태도가 청와대에 일정한 명분을 줬을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예민한 이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엠이엠씨(MEMC)코리아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청와대에 복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직접 상임위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열리는 상황도 드물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3일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해 회의에 참석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청와대로 급히 들어왔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단하는 대신 일본의 ‘논의 재개’ 제안을 수용할지를 두고 1시간 넘게 논의를 벌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결과를 바로 발표하지 않았다. 발표가 늦어지면서 종료가 아닌 다른 결정이 내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청와대는 종료 6시간을 남겨놓고 “조건부 연장”을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양국 외교 채널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전날 전달된 일본의 제안을 검토하느라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성연철 노지원 기자 sychee@hani.co.kr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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