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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정은 답방’ 다시 제안…“거듭 만나서 대화하자”

등록 2020-01-07 18:39수정 2020-01-08 02:00

[문 대통령 신년사]
북미 협상에 기댄 작년과 달리
남북관계 개선 적극추진 의지
“DMZ 세계유산 공동등재 협의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노력 계속”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며 강한 톤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북-미 협상을 기대하며 시간을 보냈던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밝힌 신년사에서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포함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김 위원장 답방에 필수적인 신뢰 회복 방안들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우선 “비무장지대(DMZ)는 생태와 역사를 비롯해 남북 화해와 평화 등 엄청난 가치가 담긴 곳”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는 우리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의 호응을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8천만 겨레의 공동 안전을 위해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노르웨이 오슬로 포럼 연설에서 접경지대 산불, 병충해, 가축 전염병 공동대응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9·19 합의 사항이지만 이행하지 못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고,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실력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길 기대한다”며 “도쿄 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북-미 관계가 남북관계를 견인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독자성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남북관계에서만큼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난 1년간 남과 북 모두 북-미 대화를 앞세웠던 게 사실”이라며 “북-미 대화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북-미 협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계속 남북관계를 한발짝 뒤에 둘 수는 없다. 북-미 협상 지원과 남북관계를 동시적으로 가져가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남북관계를 앞쪽에 둘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를 강조했지만 ‘행동’은 유보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도 한국의 제안, 남북관계의 중요성과 독자성을 고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장 북한이 호응해 올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제재 완화나 한-미 연합 훈련에 관한 언급은 신년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한-미 훈련과 무기 도입 중단 등 안보와 직결된 문제에 대한 남쪽의 입장일 것”이라며 “그게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연철 노지원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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