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80 대 103. 집권 여당의 전례 없는 압승이다. 그러나 양당의 의석수가 21대 총선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단순명쾌한 의석비로 수량화하기엔, 선거 국면을 복류해온 민심이 너무나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표를 더불어민주당 득표수와 비교해보면 의석수에 담기지 못한 보수 표심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16일 <한겨레>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얻은 표를 모두 합산해보니 민주당은 771만2531표, 통합당은 592만4987표를 얻은 것으로 나왔다. 당선권에 들지 못한 소수정당 득표수를 빼고 두 당의 맞대결 구도를 가정해 득표율을 산출해보니 민주당이 56.6%, 통합당이 43.4%였다. 겨우 13.2%포인트 차이다. 수도권 전체 의석 121개 가운데 민주당(103석)은 85.1%, 통합당(16석)은 13.2%를 차지한 것에 견줘보면, 그 차이가 현격하다.
지역구 득표율과 의석 비율 사이에 이렇게 큰 격차가 생기는 것은 수도권의 많은 지역구에서 당락이 근소한 표차로 갈렸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2위 후보보다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고, 1위를 제외한 후보의 모든 득표는 고스란히 사표가 되는 현행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의 특징이다. 2위 이하로 밀린 통합당 후보의 득표는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버려졌다는 얘기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 결과에서도 숨은 보수 표심을 확인할 수 있다. 정당투표에서 민주당계(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는 38.7%, 통합당계(미래한국당)는 33.3%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의석수에서는 민주당 180석, 통합당 103석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두 당의 지지층 크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정당 득표율을 의석수에 일치시키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두 당의 의석 차는 130석 대 114석으로 크게 줄어든다. 통합당으로선 선거법 개정 당시 그토록 반대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차라리 반겨야 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의석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지만, 실제 양당의 원래 지지층 규모나 이번에 투표장에 나온 지지자의 수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석수의 차이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가 만드는 착시효과”라고 진단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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