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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윤석열 징계’ 부메랑, 청와대 16시간 만에 사과…남은 카드는?

등록 2020-12-25 21:13수정 2020-12-26 02:06

“법원 결정 존중” 여론 악화 차단
검찰 수사권 축소 속도 낼 듯
청 “검 직접수사 없애는 게 목표
검찰개혁 시즌2 임기내 마무리”

새해 1월 공수처 출범시키고
설 이전 추가 개각 단행할 듯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16시간20분.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을 중단하라는 법원 결정에 대해 청와대 공식 반응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날 ‘침묵’에 이어 25일 다섯 문장으로 압축된 입장 발표가 있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청와대의 고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선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도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한 문 대통령 말에서 눈에 띄는 문장은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부분이다.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권자인데도, ‘추-윤 대립’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정국 혼란이 커진 데 대해 총체적 책임감을 표현한 것이다. ‘추-윤 대립’에 거리두기를 하던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간접적으로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3일에야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할 뿐이었다. 추 장관이 제청한 윤 총장 ‘정직 2개월’을 재가해 징계 절차를 진행했으나, 법원이 결정을 뒤집으면서 ‘절차적 정당성’마저 힘을 잃게 됐다.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징계’는 부메랑이 되어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추-윤 대립’이 이어지던 지난 7일에는 “국민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번엔 국정 혼란 사태를 더 키워선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인 듯 “사과드린다”며 좀더 분명하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럼에도 ‘검찰개혁’

하지만 문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 모든 목표가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과 명분은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윤 총장 징계가 마치 검찰개혁의 본질인 것처럼 비치는 것도 경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의 판사 사찰 문제, 과도한 검찰권을 언급하며 수사권 개혁 등을 동시에 거론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날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여당과 달리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여권-사법부 대립’으로 전선이 더 펼쳐질 경우 삼권분립 훼손 등의 논란을 빚을 뿐 아니라 여론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 ‘남은 카드’는?

청와대가 사과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뒤 상승 계기를 찾지 못하는 흐름 때문에 여론 지지로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보수 야권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며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야권이 백신 접종 문제 등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 현 정권을 겨누며 라임·옵티머스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등 주요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선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고 민생 고통을 줄이는 지원 대책 등에 집중하는 동시에, 국정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난국을 헤쳐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1월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이르면 내년 설 이전에 추 장관을 포함한 추가 개각을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아직 검찰에 남아 있는 직접수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를 임기 내 마무리해 완전한 검찰개혁을 이루면 지지층도 결집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값 안정,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경기 회복 등 민생 분야에서의 진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개혁만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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