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단식 농성장에서 영상으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들으며 ‘산업 재해 없는 나라’가 적힌 작은 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체감 온도가 영하 19도까지 떨어진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산업재해 없는 나라!’가 쓰여진 작은 칠판을 노트북을 향해 들었다. 노트북 화면에선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5부 요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당 대표 등이 화상으로 모여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의당이 교섭단체(원내 의석 20석 이상)가 아니어서 신년 인사회에서 발언 기회가 없었던 김 대표가 할 수 있는 건 칠판을 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각계각층 국민까지 포함한 50여명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50여명의 화면을 앞뒤에 두고 인사를 나눴다. 초대받은 이들은 전국 상인·소상공인 등 경제계와 종교계, 시민사회계 대표, 5부 요인과 국무위원, 주요 정당 대표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이 먼저 신년인사를 한 뒤 5부 요인과 교섭단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판 뉴딜’의 본격적인 실행으로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이루고,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남경 단하주단 대표, 유튜버 한소영씨 등의 일반인 대표들의 인사도 이어졌다. 박용만 회장은 “저희 기업들 모두 경제 최일선에서 일터와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새해소망을 적어 화면에 들어보이며 신년 인사회를 마쳤다. 문 대통령의 새해 소망은 ‘함께 건강한 한 해’였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산업재해 없는 나라!’를 써서 들었다. 참석자 50여명이 각자 소망을 적어 들었지만, 김 대표가 있는 야외 농성 천막에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탓에 작은 칠판의 글씨가 화면에서 흐리게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영상으로 신년 인사회를 진행했다. 50여명의 참석자가 ’파이팅’을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빨간색 원)는 ‘산업재해 없는 나라’가 적힌 작은 칠판을 화면에 계속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대표는 “대통령이 발언할 때나 교섭단체 대표들이 발언할 때도 피켓을 잠깐 들었다. 그때 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 김종인 대표가 봤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어제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후퇴하니까 ‘누구든 좀 봐라’ 그런 의미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4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달 11일부터 23일 간 단식하다 병원으로 옮겨졌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의 뒤를 이은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신년 인사회에 앞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산재 사고를 막는 ‘사람 우선 사회’를 거듭 강조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신년 (인사회) 행사이지만 이곳에 초대받은 일반국민 8명 중 중대재해 피해자나 유가족이 없다. 정의당에 발언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당 상무위원회에서) 말씀드린다. 충남 태안 서부 화력발전소 김용균은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람이 먼저다’인 정부에서 여전히 후순위인지 묻고 싶었을 것이다. 정부의 모든 부처는 너나 할 것 없이 평범한 노동자 생명보다 원청의 책임과 부담을 약화시키는데 매진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기업 편들기가 문재인 정부와 상관 없다고 할 수 있나.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한 신년 인사회의 마지막 행사는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같이 외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오른팔을 드는 대신 다시 ‘산업재해 없는 나라!’가 적힌 작은 판을 들어보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