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감사원장의 ‘알력’으로 아홉달 동안이나 공석이던 감사위원에 검찰 출신의 조은석(56) 변호사가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제청한 조은석 감사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4월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1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감사원은 조 변호사를 제청한 이유에 대해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참사 수사를 원리원칙과 소신대로 지휘하는 등 냉철한 상황 판단과 강직한 성품이 강점이라는 것이 정평이다. 검찰 내부 상하 관계에서도 합리적 의견 개진과 소탈하고 따뜻한 화법으로 소통해 검찰 조직문화를 건강하고 유연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 감사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며 지난해 4월부터 공석이던 감사위원 한 자리를 두고 청와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두차례나 추천했지만, 최 감사원장은 거듭 제청을 거부했다. 이번에 조 변호사를 제청한 것은 청와대와 최 감사원장이 적절한 절충점을 찾은 결과물로 보인다.
1965년생인 조 변호사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해 검찰에 27년간 몸담았다. 그는 대검 형사부장이던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출동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123정장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2015년 12월 통상 초임 검사장급이 배치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다. 이때 사법연수원 원장으로 부임한 최 감사원장과 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내에서 조 변호사가 한 역할과 처신에 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조 변호사가 ‘절충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
다만 검찰 시절 크고 작은 특별수사를 많이 한 탓에 정치인들과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악연이 많다.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 소속이던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일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안희정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사건을 수사해 여야 정치인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한때 민주당 내부에선 “호남 출신 검사가 민주당 의원들 수사를 너무 독하게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길윤형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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