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일대를 둘러보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가덕도 특별법)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 파격적인 특혜를 담고 있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가덕도 공항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마침 이날은 여야가 가덕도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야당은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며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낙연 대표·김태년 원내대표·이광재 케이(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부산 부전역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했다. 홍남기 부총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행정부 각료들도 부전역에 대거 출동해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인근 해상과 부산신항을 돌면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으로부터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 등이 포함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균형 뉴딜을 선도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을 힘껏 뒷받침하겠다”면서 “15년간 지체되어 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에 신 관문 공항이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하늘길과 바닷길, 육지길이 하나로 만나 명실상부한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며 가덕 신공항 건설을 공식화했다. 이어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등 관련 부처 장관들도 이날 부산신항~가덕도 인근 해상까지 이동하며 열린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동남권 수소경제권 구축·2030 부산 월드엑스포 성공유치 등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대해 “지역균형뉴딜 현장방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뉴딜’의 일환인 지역균형뉴딜 발전을 위해 전국 곳곳을 방문해왔는데 동남권 메가시티 방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이미 오래 전에 기획된 행사”라고 방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주변 해상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수십조 단위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인데도 여야가 한달 뒤 열리는 선거를 의식해 짬짜미로 예타까지 면제해준 데 대한 비판이 높다. 심지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경제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가덕도 신공항을 서두르는 데 반대한다는 보고를 낸 사실이 24일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이런 논란에 귀를 닫고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공항에 힘을 보탠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
문 대통령은 이날 가덕도 주변 해상 선상에서 “사업 방향이 바뀌어 국토부 실무진의 곤혹스러움이 있을 것이다. 그 곤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국토교통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보고서 논란이 인 국토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앞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마치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손잡고 특별법에 찬성했던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방문으로 인해 가덕도 공항의 성과가 여권으로만 쏠리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 행보라고 선거와 무관하다고 얘기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도를 넘은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완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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