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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15자 입장문’으로 ‘윤석열 사의’ 수용…강한 불쾌감

등록 2021-03-04 17:41수정 2021-03-05 08:04

신현수 민정수석도 교체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한시간 남짓 만에 수용했다. 사의 수용 45분 뒤에는 신임 민정수석에 김진국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두시간 만에 대검찰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을 ‘검찰 출신’ 신현수 수석에서 ‘민변 출신’ 김진국 수석으로 교체한 것이다. 말그대로 숨가쁜 전열 정비였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3시15분께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짤막한 입장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밝혔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선언한지 불과 한시간 남짓 만이다.

정만호 수석이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읽은 15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에는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 청와대 안에선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히자마자 바로 사의를 수용하고 이를 공개한 것도 윤 총장의 ‘헌법정신 파괴’ 발언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켜주려 했고,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뜻도 내비쳤는데 윤 총장이 이를 모두 무시하고 정치인 같은 행태를 보였다. 임명권자로선 극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인사도 이날 오후 4시께 함께 단행했다. 전임 신현수 수석이 검찰 고위직 인사 뒤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을 노출시킨 사의 파동을 일으켰을 때도 사퇴를 만류했지만, 검찰총장까지 사퇴한 마당에 교체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권과 검찰의 대립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 아래 최대한 신속히 상황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집권여당 강경파가 주도해온 ‘검수완박’(검찰 직접수사권 완전 박탈)에 ‘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며 속도조절을 주문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가 검찰총장 사퇴와 민정수석 교체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느냐다. 관측은 엇갈린다. 문 대통령이 여당 강경파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드라이브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당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검찰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4일 임명된 김진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전임 신현수 수석과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임명된 김진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전임 신현수 수석과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선 ‘속도조절론자’였던 신현수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민변 부회장 출신의 김진국 수석을 앉힌 것 자체가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의 신호라는 해석이다. 청와대에서 윤 총장 사의 과정에 대해 격앙된 내부 분위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정권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우려해 당분간 ‘숨고르기’ 모드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찰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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