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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전문]문 대통령 “우리가 맞는 매가 매우 아프다…야단 맞을 건 맞아야”

등록 2021-03-29 14:16수정 2021-03-30 00:21

반부패정책협의회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모아놓고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야단 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출발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에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의를 열면서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부패 청산이 지금 이 시기 반부패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하고, 범정부적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긴급하게 소집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부동산 부패를 손대지 못한 점을 자성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짓밟았다.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의 기대도 무너뜨렸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분노는 드러난 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손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길로 가기 위한 첫 단추만큼은 제대로 채워야 할 것”이라며 “야단 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라는 표현 대신 ‘부동산 부패’로 말을 바꾼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간 문 대통령과 여당은 전임 정부 때부터 누적된 문제라는 점을 담아 ‘부동산 적폐 청산’이라는 표현을 강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민심 악화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과 성찰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재산등록제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또 상설 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며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줄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최재형 감사원장,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김대지 국세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장들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직접 수사 대상은 검찰 스스로 수사하겠지만 강제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구속영장의 청구, 기소-공소유지의 보완, 양형, 부당한 투기 이익 환수 및 몰수 추징 등의 영역에선 (경찰 등) 두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문재인 대통령 연설 전문>

오늘 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부패 청산이

지금 이 시기 반부패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하고,

범정부적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긴급하게 소집하였습니다.

우리는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짓밟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의 기대도 무너뜨렸습니다.

대다수 공직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렸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드러난 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손대지 못했습니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기행위들과 개발 정보의 유출, 기획부동산과 위법·부당 금융대출의 결합 같은

그 원인의 일단도 때때로 드러났지만,

우리는 뿌리 뽑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길로 가기 위한 첫 단추만큼은

제대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주기 바랍니다.

그 출발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주기 바랍니다.

하다 보면 조사와 수사 대상이 넓어질 수도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 주기 바랍니다.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입니다.

차명 거래와 탈세, 불법 자금,

투기와 결합된 부당 금융대출까지 끝까지 추적해 주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강력한 투기 근절 방안과 재발 방지책을

빈틈없이 시행하여

부동산 부패가 들어설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우선적으로

공직사회의 부동산 부패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재산등록제도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여,

최초 임명 이후의 재산 변동 사항과 재산 형성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겠습니다.

공직자 사익 추구를 방지하는 제도로서 이해충돌방지법은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이란 이름으로

부정청탁금지법과 함께 논의되었으나,

부정청탁금지법만 입법이 되고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도화하여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주기 바랍니다.

국회에도 특별한 협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막고,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하겠습니다.

부동산 불공정거래 행위와 시장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상설적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습니다.

투기 목적의 토지거래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하고,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투기자에 대해서는

토지 보상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사실

개발예정지나 수용예정지에 나무나 묘목을 빼곡히 심어

보상금을 늘리는 적폐는 수십 년 전부터 되풀이되어

순박한 농민들도 알만한 수법이 된 지 오래입니다.

과거에는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막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항공사진이나 드론 촬영으로

토지의 현상 변경을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와서도 그와 같은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동산 부패를 청산하기 위한 공직사회의 일대 혁신을 당부합니다.

국회도 개혁의 공동 주체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로서 솔선수범하는 노력과 함께

제도 개혁에 힘을 모아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제 정책 운용을 비교적 잘해왔습니다.

지표로도 확인되고,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완전한 회복까지 길이 멀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잘해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픕니다.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 줄 것을 각별히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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