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야당 대표들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백신 휴가, 산업재해 방지대책 등을 요구했다. 1년3개월 만에 성사된 문 대통령과의 만남인 만큼 간담회 목적인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청취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내외 현안 논의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한 광범위한 정책논의를 제안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 적용 결단을 요구했다. 이날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오찬 전 공개발언에서 김 대행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정부 행정명령에 적극 협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다는 뉴스뿐”이라며 “그 손실은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줘야 될 것이다. 속시원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 대표도 “어제 국회 입법 청문회에서 관련 부처가 보인 태도에 많은 분들이 큰 우려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용단”을 요청했다. 여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을 소급해 보상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민생 문제 해결은 여야가 협력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손실보상 입법청문회에서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이미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손실 추정액(3조3000억)보다 많은 6조1000억원이라며 소급적용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했다.
코로나19 백신의 물량 확보를 놓고는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의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인 백신기업들의 협력까지 확보함으로써 실천력을 가지게 됐고 우리의 백신 확보의 안전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방미 성과를 평가했지만, 김기현 대행은 “백신 가뭄을 해결할 실질적 물량 확보가 된 것은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모더나와 삼성바이로직스의 백신 협력이 “아직까지는 병입 수준의 생산에 머물렀다”며 “우리가 좀 더 노력을 해서 기술이전까지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휴가와 후유증 대책 마련에는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뜻이 일치했다. 김기현 대행은 “상당수 접종자들이 고통을 겪으나 일하기 어려운 후유증 있다고 하니 유급휴가를 허(용)해달라”고 했고 여영국 대표도 구체적인 백신 피해 보상 체계 구축과 백신 유급휴가를 제안했다.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김기현 대행은 부동산세 감면과 탈원전 정책 중단 등 “경제 정책의 전면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반복적으로 추천해온 인사라인에 대해서 교체하는 것이 옳다”며 개각 뒤 불거졌던 ‘장관 3인방 논란’도 이어갔다. 공정한 대선 관리가 필요하다며 여당 의원들이 맡고 있는 선거 관리 주무부서장(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교체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특정정당 소속이라서 불공정하게 선거 관리된 것이 없지 않냐. 불공정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기우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 뜻을 담당자에게 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영국 대표는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는 에세이집과 김용균재단의 배지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숨진 고 이한빛 피디(PD)의 어머니가 쓴 책이다. 여 대표는 범정부 차원의 중대재해근절태스크포스(TF)를 제안하고, 산업안전감독관 확충 등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중대재해 관련해 높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야당 대표들의 다양한 질의·주문에 청와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답변할 수 있는 건 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정의당 쪽이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소통하는 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당별로 선거 상황이나 여러 일정이 있겠지만 여야정협의체가 3개월에 한 번씩 가동되면 좋겠다”며 정책 협의체 재개에 강한 뜻을 보였다고 한다.
이완 심우삼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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