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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미연합훈련 축소 속 갈등에 기름 붓는 중국

등록 2021-08-08 15:06수정 2021-08-12 10:01

한-미 당국 ‘규모 최소화’해 16일부터 훈련 실시 예정
미 국방부도 “훈련 취소 요청 없었다”며 실시에 무게
중국 외교부장 “정세 긴장시키는 행동 안된다” 견제
훈련 갈등, 하반기 한반도 정세 ‘격랑’으로 몰고 갈 수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밤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밤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하반기 한반도 정세를 가를 분수령으로 떠오른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싸고 ‘중지’를 요구하는 북·중과 명확한 입장 공개를 꺼리는 한-미 사이의 소리 없는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합훈련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대폭 축소돼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처럼 북-중의 요구가 노골화될수록 한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여지가 줄어들어 불필요한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석상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현 정세 아래서 건설적이지 않으며, 미국이 정말 북한과 대화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정세를 긴장하게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압박에 힘을 보탠 것이다. 외교부는 왕이 부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 애썼다. 북-중의 이런 노골적인 요구가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국방부는 8일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한국군·해외 미군 증원군·주한미군 인원을 지난 3월 상반기 훈련 때보다 줄여 16일부터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행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번 훈련은 규모를 최소화해 실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훈련은 실제 병력의 이동이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이어지는 지휘소 훈련으로, 한-미 양국은 10~13일엔 사전연습 성격의 ‘위기관리 참모훈련’, 16~26일 본 연습을 진행할 계획이다. 관심을 모았던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는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확한 내용은 군사 기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지만, 이번 훈련에선 통상적인 전시전환작전을 연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평소 해 오던 ‘방어’에서 ‘반격’으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이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도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하면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다만,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언론 브리핑에서 “훈련 중단과 관련된 한국의 요청은 없었다”는 말로 훈련이 결국 실시될 것을 강하게 암시했다.

8월 훈련을 둘러싼 한-미와 북-중의 대립이 격화되면, ‘하노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던 2019년 8월 이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년 전 북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8월5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14일엔 대규모 전력 강화 계획을 담은 ‘국방중기계획’(2020~2024)을 발표했었다. 그러자 북은 남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는 감정적 언사를 내뱉으며 관계를 파탄 직전의 격랑으로 몰고 간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제재 장기화로 인해 북한의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됐을 뿐더러, 이미 북이 남북 통신선 연결을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선 상황이라 당시와 같은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지 않을 수도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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