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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여정이 꺼낸 ‘이중기준’ 해소, 남북신뢰구축·군축이 열쇠다

등록 2021-09-26 19:34수정 2021-09-27 09:51

현장에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지난 15일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지난 15일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25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 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며 “다시 한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담화에서도 “종전이 선언되자면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문제 삼았다.

앞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지난 15일, 한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도발로 간주되는 것은 2006년 10월 북핵 1차 실험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를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국제 핵 비확산체제는 탄도미사일을 핵탄두 운반체로 본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핵 개발의 연장선으로 규정해 금지했다. 하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주권국가의 정당한 자위권이라며 반발한다.

북한 입장에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겠지만, ‘도발’ 여부는 미국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핵 비확산체제의 틀 속에서 정한다. 이중기준 논란을 넘으려면 북핵 협상이 성과를 거둬 비핵화가 가시화하거나, 남북이 군사적 신뢰를 쌓아 군축에 들어가야 한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단계적 군축에 합의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다. 도리어 남북은 모두 힘이 뒷받침된 평화를 강조하며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려면 국방비 증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전작권 환수를 시작한 2007년 이후 한국군에 투자된 누적 전력증강비는 153조원을 넘었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추진잠수함,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전술핵무기, 대륙간탄도탄 사거리 확장 계획 등을 밝혔다.

안보를 지키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상대보다 월등한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국방비 부담이 크고 모든 현실 위협에 대비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군비통제가 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참여정부는 2004년 발표한 <평화번영과 국가안보>에서 군사력 건설과 함께 남북한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 방안도 밝혔다.

연이은 ‘김여정 담화’로 이중기준 논란이 불거졌다. 당장은 남북이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도발’ 같은 언행을 자제하고, 시간을 두고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상호 위협 감소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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