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공군 전투기 F-15K에서 엔엘엘 이북으로 정밀 공대지 미사일 슬램 -이아르를 발사하는 장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2일 동·서해로 미사일 25발을 쏘고, 이 가운데 1발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서 울릉도에 한때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 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동해 엔엘엘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쏘는 대응사격을 했다.
군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새벽 6시51분 4발, 오전 8시51분 3발, 오전 9시12분 12발, 오후 4시30분 6발 등 네차례에 걸쳐 13곳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 25발을 동·서해로 섞어 쐈다. 8시51분 발사 미사일 3발 중 1발은 동해 엔엘엘을 26㎞ 넘어와 강원도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과거 서해 엔엘엘 이남으로 해안포와 방사포를 쏜 적은 있지만, 북한 미사일이 엔엘엘을 넘어온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또 오후 1시27분 9·19 남북군사합의를 어기고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은 한·미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이번 미사일 발사의 이유로 들었다.
엔엘엘을 넘어온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우리 영해(육지 기준선에서 약 22㎞) 밖이었다. 이 미사일은 190㎞를 비행하고 울릉도 서북쪽 167㎞ 바다에 떨어졌다. 이에 오전 8시54분께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군 관계자는 “엔엘엘을 넘은 미사일의 직선거리 비행 방향이 울릉도를 정확하게 향하지는 않았지만, 군 당국이 최초 포착했을 때 울릉도가 미사일 진행 방향에 있어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울릉도에 공습경보를 내렸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린 것은 2016년 2월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서해 백령·대청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뒤 6년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우리 사회와 한-미 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 당국의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전 11시10분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가 동해 엔엘엘 이북 공해상에 북한 주요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슬램-ER 등 공대지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한국군이 엔엘엘 이북으로 미사일을 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또 이날 새벽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더 이상의 군사적 객기와 도발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끔찍한 대가’를 언급하며 대남 압박 강도를 높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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